첫 호감의 순간
그날의 그 웃음이 눈앞에 문득 아른거렸다. 그건 첫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히 첫 호감이었을까?
첫사랑이란 무엇일까? 첫사랑의 정의에 대해서 줄곧 생각하고는 한다.
첫사랑이란 무엇일까? 첫 연애, 첫 호감, 아니면 가장 그리운 사람? 듣자마자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게 첫사랑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첫사랑이라 하면 듣자마자 떠오르면서 그때 스스로의 감정을 몰라 잘해주지 못했던 인연이 떠오른다.
이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보자면, 아무래도 서툴던 첫 연애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조용하고 얌전하던 나. 연애를 한 적도, 다들 한다는 사귀기 직전 단계라는 그 간질간질한 썸조차도 경험이 없었다. 그 흔한 루트인 동성들이 가득한 공간들을 거쳐 이성과 교류할 방법도 없었고. 그렇지만 길 건너 남고가 있었고 반 친구들도 그 남고 친구들이 싫다고 말하면서 다들 뒤에선 수줍게 그 친구들과 만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는 오히려 그 남고를 긴장하면서 지나가기 일쑤였다.
그렇게 지내던 중, 남고와 교류할 일이 생겼다. 학교에서는 전시회를 주최했는데 같은 날에 두 학교가 전시회를 하니 서로의 학교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남고에서 먼저 우리 학교로 와서 자신들의 전시가 어떤지 홍보를 했고, 꼭 자기네 학교에 와서 구경하라는 말을 전했다.
남고에 직접 들어가 학생에게 설명을 듣는 그 순간, 난생처음으로 호감이라는 감정을 알았다. 외적으로 내 이상형이 아니었는데도 끌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았다. 일정한 목소리, 유쾌한 톤, 웃는 게 예쁘던 그 미소.
멀끔하게 다려 입은 교복과 차가운 듯하지만 부드러운 말투로 또박또박 전시를 홍보하던 모습..
그가 설명을 이어갈 때 나는 속으로 이상하게 심장이 쿵쾅댔다. 이상형이 아님에도 자꾸 그 미소에 눈이 갔으며 후에 학교로 돌아가서도, 집에서도 그의 유쾌함과 미소가 떠올랐다. 이게 뭘까, 하고 처음으로 반친구에게 그 감정을 떨쳤다.
- 뭘까? 유쾌한 게 이상형인가? 자꾸 생각나
- 한번 더 가보면 되지. 가서, 그냥 직구로 물어보자
- 뭘 물어봐?
- 뭐긴 뭐야! 연락처 물어보자고!
숫기도 없고, 부끄럼도 많던 내게 큰 도전이었다. 그렇게 머뭇거리니 친구가 끌고 그 학생이 있을 남학교로 데려갔다.
용기를 참 많이 냈는데, 인연은 역시나 때가 다 있는 법인가. 하필이면 그날은 그가 없는 날이었고, 그렇게 내 첫 호감은 인연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기억 속에 남아버렸다.
가끔씩 문득 떠오르는 그 입꼬리가 여전히 나를 미소 짓게 하고 그의 웃음은 시간이 지나도 내 기억 속에 기분 좋은 여운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