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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칼 May 29. 2024

경험이 바꾼 생각

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 - 춘천 편

“아빠, 춘천 갔다 올게.” 

“또?”

“이번엔 꼭 가려고. 춘천역 근처에 레고랜드도 짓고 있으니 보고 와야지.”

일 년 동안 우리는 집에서 월미도, 시화방조제까지 여러 번 다녀왔다. 그런 경험 덕분에 이번엔 집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었다.

     

“아들, 이번엔 춘천 가서 닭갈비 먹고 오는 거다. 오늘 목표는 팔당대교 입구. 파이팅!”


힘차게 페달을 굴렀다. 집 앞 서창 도서관에서 인천대공원을 가로질러 송내역으로 가는 길은 신호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과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작년에 급경사라 위험하게 생각했던 인천대공원 정문에서 굴포천으로 이어지는 약 8km 구간은 일 년 사이에 탈 만한 길이 되었다. 길은 변하지 않았지만, 경험이 우리의 생각을 바꿨다.


한강 자전거길로 합류하려면 송내역을 지나 송내대로를 따라 달리다 서운 분기점 부근에 있는 굴포천 자전거길로 들어가면 된다. 굴포천 길은 한강 자전거길과 만난다. 송내역부터 굴포천 자전거길 입구까지는 인도 옆으로 자전거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하지만 10개의 신호등이 있어, 가다 서기를 반복해야 하는 마의 신호 구간이다. 굴포천 자전거길에 들어서면 춘천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를 신나게 달릴 수 있다. 신호 구간을 지나 굴포천 길 입구에 도착했다.


“엄마, 먼저 가. 나 음악 좀 틀고 갈게.”

환이는 자전거를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 좋아하는 게임 음악을 틀었다.

“띤~~띠딘 띠딘, 삐용 삐용~~”

환이는 노래가 아닌 요란한 게임 음악을 틀며 어느 순간 나를 앞질렀다.


굴포천에서 왜가리와 백로가 사이좋게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한참을 달리던 환이가 속도를 줄였다.

“엄마, 저것 좀 봐!”

환이가 가리키는 곳엔 굴포천을 가로질러 파란 플라스틱 통이 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파란 통 위로 까만 새가 앉아 있었다. 까마귀보다는 큰 새들이 통마다 한두 마리씩 앉아 있는데,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집 근처 소래습지에서는 몇 마리 보지 못한 가마우지였다. 가마우지 삼십여 마리가 줄지어 날개를 펴고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나는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엄마, 천천히 사진 찍고 와! 먼저 출발할게.”

     

30도가 넘는 더위는 자전거 페달을 계속 돌리게 했다. 자전거 속도만큼의 바람을 느끼며 우리는 한강공원 편의점에 도착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편의점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얼음물을 사서 출발했다. 물 마실 때를 제외하고 계속 페달을 밟다 보니 서서히 한계점에 도달했다. 천호대교 아래 돗자리를 펴고 그대로 누웠다. 헬멧과 신발을 벗고, 다리 밑 그늘에 있으니 솔솔 부는 강바람이 느껴졌다. 환이는 소금기로 범벅이 된 몸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엄마, 이 소금 팔면 얼마나 될까?”

‘말이야! 방귀야!’

핀잔을 주려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대동강 물을 팔아 부자가 된 봉이 김선달과 얼마 전 봤던 신문 기사 장면이 떠올랐다.

     

「  ‘40년 전’ 찰스-다이애나 결혼식 케이크, 경매 등장. 영국 찰스 왕세자와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식 케이크 한 조각이 경매에서 1,850파운드(297만 원)에 낙찰됐다. 해당 케이크는 1981년 결혼식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계 일가 모이라 스미스가 받아 투명 랩에 싸서 보관해 온 것으로, 23개 조각 중 하나다. - BBC News Korea, 2021.8 

     

40년 동안 케이크를 보관한 사람과 그걸 경매에 낙찰받은 사람, 나로서는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상식 밖의 사람이 세상엔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을 해내면서 발전해 왔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아, 마음껏 상상해라!’

     

한동안 좁은 돗자리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요즘처럼 더울 땐 가벼운 텐트를 자전거에 싣고 여행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편한테 문자를 보냈다.

“초경량 2~3인용 텐트 하나 검색해 줘. 아들 자전거 뒤에 실릴만한 걸로.”

     

쉬고 나니 페달을 구르는 발이 한결 가벼웠다. 미사리를 지나 작년엔 물에 잠겨 갈 수 없었던 팔당대교 아래 도착했다. 기념사진을 찍고 달리니 금세 팔당대교 입구가 나왔다. 작년에 맛있게 먹었던 칼국수집에서 저녁을 먹고 하남 시청 부근의 숙소를 향했다. 작년과 올해 같은 거리를 달렸지만 한 번 와본 길이라 그런지 가깝게 느껴졌다. 내일은 팔당대교를 건너 작년에 봐 둔 음식점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잠이 들었다.

     





오늘 우리가 자전거로 달린 거리 80km(서창도서관에서 하남까지), 8시간 1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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