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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칼 May 21. 2024

그냥 그 길이 궁금했다

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 - 춘천 편

“돌아가세요. 앞에 길이 없어요.”

오랜만에 만난 라이더가 크게 외치며 우리가 온 길을 향했다. 라이더의 외침은 경로를 다시 탐색하는 내비게이션의 소리처럼 느껴졌다.

“유턴하세요. 경로를 다시 탐색합니다.”

앞으로 가면 길이 없는 걸 알지만, 그냥 그 길이 궁금했다.

     

내비게이션은 많은 정보를 갖고 길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그 길을 선택하고 말고는 내 마음 아닌가! 살다 보면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 이 길이 우리에겐 그랬다.

    

10분쯤 달렸을까? 우리는 마침내 더 나아갈 수 없는 곳에 도착했다. 북한강 옆으로 난 자전거길엔 질퍽한 흙이 쌓여, 물이 빠지지 않았다. 더는 나아갈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위의 차도와 아래 자전거길을 잇는 비탈이 눈에 들어왔다. 비탈은 경사각 20도에 거리는 70m 정도로 산에서 쏟아져 내린 흙이 쌓여 있었다.

“아들, 더는 갈 수가 없네. 여기가 끝이야!”

우린 나아갈 수 없는 길의 끝에서 여정의 마지막 사진을 남겼다.

“다시 돌아갈까? 아니면 저 위의 찻길까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까?”

진흙에 발이 푹푹 빠지고 경사가 있는 곳을 아이가 자전거까지 끌고 가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결정을 내려야 했다.

     

여행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의 시점에 놓인다. 결정의 순간을 겪으며 여행자는 성장한다. 그것이 여행의 매력이다.

     

핸드폰을 꺼내 우리의 위치를 확인했다. 위에 보이는 도로까지만 가면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비탈이 아니면 20분 이상 우리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아들, 저기 위에 보이는 찻길까지만 올라가자. 자전거 없이 혼자는 갈 수 있지?” 

나는 돌아가는 대신 경사로를 택했다. 내 자전거는 아래에 세워둔 채 나는 환이의 자전거를 끌고 아이와 등산을 시작했다. 진흙에 발이 푹푹 빠지고 가시덤불에 긁히기도 했지만, 도로까지 오르는 데는 성공했다. 자전거를 탈 때보다 많은 땀이 흘렀다.

“엄마, 조심해.”

다시 내려가는 나를 바라보며 환이가 소리쳤다. 내 자전거까지 끌고 올라오니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도로 옆에는 편의점 100m라고 쓰인 작은 표식이 있었다. 우리는 편의점 에어컨 앞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커피로 카페인을, 환이는 바나나우유로 당을 충전했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저기요. 길 좀 물을게요. 서울로 갈 건데, 어떻게 가야 할까요?”

편의점 점원에게 물었다.

“저 아랫마을로 가면 청평역이 있어요. 거기에 지하철이 있으니 타고 가시면 됩니다.”

네이버 지도에 청평역을 찍어 보니 4km 남짓한 거리에 있었다. 청평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상봉역에 내려 용산행으로, 용산에서 인천행을 타면 집까지 갈 수 있다. 편의점을 나온 우리는 30분 정도 달려 청평역에 도착했다. 자전거길을 벗어나 도로를 달린 건 처음이었다. 차는 많지 않았지만, 긴장을 놓을 수는 없었다. 청평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에 자전거를 못 실으면 어떻게 하지? 여기에 두고 가야 하나?’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어 본 일이 없는 나는 역에 가까워질수록 생각이 많아졌다. 자전거를 끌고 승강장으로 들어섰다. 우리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런 제재 없이 청평역에서 자전거를 실을 수 있었다.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닌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무언가를 시도할 때는 걱정이 앞서곤 한다.

     

지하철의 1-1 표시 옆에 자전거를 세우고 기다렸다. 청평역 표지가 붙어있는 기둥에 원숭이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환이가 말했다.

“엄마, 아쉬운데. 여기 청평이라는 글자 나오게 찍어줘.”

찰칵.

“그래. 다음 여행은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Tip.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을 때 알아두어야 할 것


1. 지하철 첫 번째와 마지막 칸만 자전거 휴대가 가능하다.

2. 역 안에서 자전거 탑승은 금지다. 반드시 자전거에서 내려 밀고 이동해야 한다.

3. 계단을 이용할 때는 자전거 경사로를 이용하거나, 직접 들고 이동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는 이용할 수 없다.

4. 서울 지하철 1~8호선, 경춘선은 주말과 공휴일엔 종일 자전거 휴대가 가능하다.

5. 2024년 현재, 서울 지하철 7호선과 경춘선은 평일도 10~16시까지 자전거 휴대가 가능하다.

* 지역별로 운영되는 다른 철도, 지하철, 도시철도, 광역철도 등의 자전거 휴대 규정은 노선마다 다를 수 있다.

6.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을 때는 머리 끈이나 고무밴드를 2~3개 준비해야 한다. 자전거 손잡이와 브레이크를 함께 끈으로 묶어 놓으면, 자전거 바퀴가 구르지 않는다. 경춘선의 경우 자전거를 고정할 수 있는 바 또는 거치대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서울 지하철엔 고정 시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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