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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칼 May 14. 2024

엄마, 우리 어디서 자?

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 - 춘천 편

굴다리를 통과하니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음식점의 화려한 간판들이 우릴 반겼다.

‘드디어 뭘 먹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 도착한 칼국수 집은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대기 번호를 받아야 하는 맛집이었다. 

“엄마, 여기 방송에도 나왔었나 봐! 이영자가 추천했다니 맛있겠네.”


“우리 식구는 언제쯤 고깃집을 가보나?”

함께 거리를 걷다 솔솔~ 풍겨오는 고기 냄새가 콧속을 자극할 때마다 남편은 하소연하듯 말했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우리 가족은 식탁 위에서 불을 쓰는 음식점은 가본 적이 없었다. 칼국수 집에 들어오며 식탁에 있는 불판을 보고 걱정이 되긴 했지만, 우리에겐 다른 식당을 찾을 여유 따윈 없었다. 식당 아주머니도 걱정되는지 환이에게 말했다.

“아가, 끓고 있는 냄비 정말 뜨거워! 만지면 큰일 나니까 엄마한테 건져달라고 해서 먹어. 엄마도 조심하세요. 바지락은 드셔도 되고, 국수는 2~3분만 끓으면 먹어도 됩니다.” 


환이는 빨리 익었으면 좋겠다며 바지락을 열심히 꺼내 먹으며 연실 물었다.

“엄마, 3분 지났어?”

앞접시에 국수를 담아주자, 환이는 다른 접시를 내게 내밀었다.

“괜찮아. 엄마는 여기다 먹을게.”

“아니, 두 군데 담아두면 내가 한 그릇 먹을 동안 다른 건 식을 거 아니야!”

환이는 뜨거운 걸 먹지 못해서 이렇게 하는 거라고, 결코 자기가 많이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조개와 국수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바지락과 북어, 새우가 들어간 손칼국수는 최고의 메뉴였다. 오랜만에 느껴본 배고픔에 둘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허겁지겁 먹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차니 그제야 창밖의 풍경이 보였다. 밖은 깜깜했다. 

“엄마, 우리 어디서 자?”

배를 채우고 나니, 잘 곳이 문제였다.

“찾아봐야지.”

핸드폰을 꺼내 네이버 지도로 근처 숙소를 검색했다. 팔당대교를 넘어가면 숙소까지 20km 이상 달려야 했다. 가까운 데는 식당에서 3km쯤 떨어진 하남 시청 부근에 서너 곳이 있었다.

“아들, 밥 먹었으니 20km 더? 아니면 이 근처?” 

“엄마, 여기에서 자고 팔당대교는 내일 넘어가자.”

 

배고프면 먹고, 힘들면 쉬고, 아이의 답은 명쾌하다. 어렵게 생각할 게 없다. 몸의 신호를 받아들이면 쉽게 살아갈 수 있는데, 어른이 된 후로 생각이 많아져 쉬운 일도 어렵게 만드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럴 땐 아이처럼 생각하면 간단히 답을 찾을 수 있다.

  

식당에서 하남 시내로 가는 1km 구간엔 가로등이 하나도 없었다. 자전거 불빛에만 의지해야 했기에 얼마 되지 않는 거리가 꽤 멀게 느껴졌다. ‘밤에 자전거를 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출발 전 다이소에서 5,000원을 주고 산 전조등이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다음에 자전거 여행을 온다면 성능이 좋은 등을 챙겨야겠다.

    

회전교차로에서 조금 헤매긴 했지만, 우리는 숙소에 도착했다. 남편 카드로 결제 후 타임라인 확인을 위해 핸드폰을 보니 남편한테 문자가 와있다.

“오늘 안 와?”

“문자 안 갔어? 카드회사에서 문자 갔을 텐데….” 

“왔지. 그래서 오늘 안 와?”

“생존 신고야. 먹고 자고 모두 남편 카드로 쓸 테니 카드회사에서 문자 오면 얘네들이 잘 가고 있구나! 생각해. 알았지?”


오늘 우리가 달린 길을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했다. 아라서해갑문부터 칼국수 집까지는 총 71.7km였다. 일반적으로 자전거를 타면 4시간 49분이 소요된다고 나와 있다. 살짝 돌아오긴 했지만, 우리는 80km를 시간당 8~11km 속도로 달렸다. 여덟 시간 이상 걸렸다. 목표 지점인 춘천까지는 81km가 남았다.

     


오늘의 tip     

야간에 자전거를 탈 때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 : 성능 좋은 자전거 전조등과 후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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