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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칼 May 10. 2024

엄마, 내일 자전거 타고 춘천 갈까?

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 - 춘천 편

2020년 50일 동안 기록적으로 퍼붓던 장마가 막 끝난 여름. 자전거 지도를 산 지도 일 년 삼 개월이 지났다.


“엄마, 우리 내일 자전거 타고 춘천 갈까?”

18인치 분홍에서 20인치 파란 자전거로 바꾼 지 삼 일째 되던 날 환이가 말한다. 아들과 동행 하려니 생각이 많아진다. 지난 1년 동안 나는 집에서 한강공원까지 어떤 경로를 이용하는 게 좋은지 알아보기 위해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한강공원 자전거길의 시작은 인천 아라서해갑문이고, 그곳은 국토 종주 자전거길의 출발점이다. 한강공원까지만 가면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집에서 한강공원까지 20km 구간이다. 집에서 인천대공원까지는 자전거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부천에 있는 굴포천 자전거길은 한강공원과 이어진다. 위험 구간은 인천대공원 정문에서 굴포천으로 이어지는 약 8km이다. 이런저런 걱정에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는데, 저녁 식사 중 환이가 얘기한다.


“아빠, 내일 엄마랑 자전거 타고 춘천 갈 거야.”

“아들 진짜 가려고?”

환이는 마음속에 이미 내린 결론을 질문으로 바꾸는 황당한 재주가 있다. 

“엄마, 내일 자전거 타고 춘천 갈까?” 이 말은 내 의견을 묻는 게 아니다.

‘엄마, 나는 내일 자전거 타고 춘천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하는 이유가 없으면 출발하는 거야. 알았지?’ 이 긴 문장을 줄인 걸로 알아들어야 한다.

 

“자전거 전용 도로까지 가는 길이 있어? 어떻게 갈 건데?” 남편이 묻는다.

아이 아빠는 자전거 국토 종주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지방에 있는 자전거 도로를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게… 거기까지 가는 게 문제네.” 나도 딱히 답이 없다.

“괜찮아. 위험하면 끌고 가면 되지.” 환이는 소풍 가기 전날처럼 신나서 얘기한다.

‘그래, 모르면 용감할 수 있지.’ 내 머릿속엔 아들의 도전이 쉽지 않을 거라는 그림이 그려지지만, 환이의 머릿속엔 여행에 대한 환상의 폭죽이 팡팡 터지고 있으리라. 

“내일 쉬는데…, 차로 데려다줄까?” 남편의 한마디에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졌다.

“아들, 내일 9시에 출발.”


다음 날 오전 9시. 트럭에 자전거 두 대를 실었다.

“싸구려로 어디까지 가려고?”

남편은 5만 원짜리 중고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되면서 궁금하기도 한가 보다.

“모르지. 가다 타이어에 펑크라도 나면 지하철 타고 와야지.”

춘천까지 가는 길은 서울 지하철역을 따라 이어져 있어 어디서든 집으로 돌아오는 게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어디서 묵지?”

환이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벗어난 적이 없는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감이 오질 않았다. 잘 곳이 문제였다. 혼자 여행할 땐 숙소를 정하고 다닌 적이 거의 없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여행에서 숙소 정하는 게 중요해진 시기가….’ 문득 깨달았다. 여행지에서 숙소를 먼저 알아보기 시작한 건 아이가 태어난 후였다. 아이와 함께하며, 내 삶은 많은 게 달라졌다.

“대한민국에 잘 데가 없을까 봐?” 별걱정을 다한다는 투로 남편이 한마디 한다.     


환이가 어릴 때 엄마를 모시고 지리산 자연휴양림에 간 적이 있다. 가기 전날 환이 누나가 열이 나서 걱정하고 있는데, 남편이 한마디 했다.

“가고 싶으면 가. 우리나라 병원 없는 데가 어딨어?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공기 좋은 데 가면 괜찮아질 거야.”

가끔은 ‘나를 위한 말이 맞나?’ 싶기도 하다.

“그렇겠지? 가다 보면 잘 데 있겠지?”

‘그래, 갈 데까지 가 보자. 못 가면 돌아오면 되지.’     

“아빠, 안녕! 다녀올게.”

드디어 우리는 국토 종주 자전거길 시작 지점인 인천 아라서해갑문 출발선에 섰다.            

             


Tip. 첫 여행에서 우리가 챙겼던 것

1. 가고자 하는 의욕.

2. 자전거길 여행 수첩과 지도, 스탬프 인주, 헬멧, 여벌 옷(티셔츠 1, 바지 1, 양말 2, 속옷 2), 치약과 칫솔, 핸드폰 충전기, 지갑(약간의 현금과 카드), 선크림, 물, 간식(초코바, 과자), 돗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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