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 - 춘천 편
2019년 봄.
모임에 갔다가 자전거로 국토 종주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응? 자전거 국토 종주? 그게 가능해?’
머릿속에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긴, 걸어서 갈 수 있으니, 자전거라고 못 갈 건 없겠지. 위험하진 않을까?’
두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동안 멈춘 듯 고요하기만 하던 내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40대 중반, 오랜만에 도전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자전거 국토 종주를 검색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련 글을 읽었다. 읽다 보니 공통점이 보였다. 국토 종주를 하는 사람들은 ‘자전거길 인증센터’라고 쓰인 빨간 공중전화 부스에서 도장을 찍은 모습을 SNS에 올리고 있었다. 검색창에 ‘국토 종주 자전거길 인증센터’를 쳤다. 인증센터는 인천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국토 종주 자전거길에 30~50km마다 있고, 인증센터마다 각각 다른 모양의 인증 도장이 있다는 걸 알았다. 국토 종주 자전거길 여행 수첩과 지도는 쿠팡에서 팔고 있었다.
‘와! 이런 게 있었구나.’
언제 갈 수 있을지, 출발은 가능한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여행 수첩과 지도를 주문만 했을 뿐인데 여행 준비가 다 된 느낌이다.
지도는 도착도 하지 않았는데, 생각이 많아진다. ‘길은 지도가 있으니 알 수 있고, 다음엔 뭐가 필요하지?’ 시간이 필요했다. 날씨, 돈, 체력보다 충분한 시간이 국토 종주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것 같았다. 날씨는 하늘의 영역이고, 돈은 집에서 먹던 밥을 나가서 먹는 것이니 별 차이는 없을듯했다. 묵어야 할 숙소비 정도만 생각하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반바지를 입고 나가면 운동했었냐고 묻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다리 근육이 튼튼한 내게 체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문제인데…. 하던 일을 그만둬야 하나?’ 가고 싶다고 내일 당장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니 상황을 보며 천천히 준비하기로 했다.
다음 날 도착한 택배 상자에서 꺼낸 지도를 쭉 펼쳐놓고 뿌듯한 마음으로 보고 있는데, 호기심 많은 아들이 슬그머니 지도 옆에 앉는다.
“엄마, 이게 뭐야?”
‘지도인 걸 알고 있을 텐데 무슨 꿍꿍이로 뭐냐고 묻는 걸까?’
“부산은 너무 먼데! 일단 부산까지는 무리고, 제일 짧은 길이 어디야? 거기부터 가자.”
“너도 가려고?”
“그럼, 내가 가야지. 누가 가?”
“…….”
“여기 종주 수첩에 스탬프 다 찍으면 금메달 준대.”
자전거길 종주 수첩을 펼치니 구간별 자전거길 지도와 그곳을 다녀갔다는 확인을 위한 스탬프를 찍는 칸이 있었다. 아이는 금메달을 준다는 글을 보고 자기도 가고 싶다는 생각을 굳힌듯했다. ‘같이 가자!’라는 말을 한 적도, 그럴 생각도 없는데 아이는 당연히 가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누나한테 물려받은 18인치 분홍 자전거 보조 바퀴를 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출발이 생각보다 더 늦춰질 수도 있겠다.
Tip. 자전거 여행을 계획할 때 필요한 것.
1. 가고자 하는 마음가짐.
2. 자전거길 여행 수첩과 지도 : 여행 수첩에 인증 스탬프를 찍으면 성취감이 느껴진다. 쿠팡에서 살 수 있고, 핸드폰 앱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3. 시간 : 날씨와 체력도 시간이 많다면 문제 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