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의 시작
부제 : 40대 엄마가 자전거 국토 종주를 꿈꿨을 때, 초등 아들은 전국 놀이동산 종주를 꿈꿨다.
결혼 4년 차에 첫 아이가 생겼고, 그로부터 4년 후 둘째가 태어났다. 아이도 모든 게 처음이었겠지만 나 역시 엄마의 삶은 처음이었다. 서로에게 적응하며 살다 보니 십 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사십 대, 인생에 변화가 필요했다. 육아의 긴 터널에서 밖으로 나오기 위해 나는 국토 종주 자전거 여행을 꿈꿨다. ‘언제, 어떻게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무작정 국토 종주 자전거 길 지도와 인증 수첩을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엄마, 어디 가는데? 나도 같이 가. 재미있겠다.”
우리 집 둘째, 생각지도 못한 복병의 출현이었다.
‘이제 막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아이와 자전거 국토 종주를….’
시작부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는 매일 자전거 연습을 하며 갈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고, 그런 아이를 보며 나도 아이와 함께 떠나는 자전거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마음을 먹고 첫 시도를 하기까지 일 년 이상이 걸렸다.
“국토 종주? 엄마, 자전거만 타면 무슨 재미가 있어?”
2019년 내가 국토 종주 자전거 여행을 생각했을 때 아들은 국내 놀이동산 종주를 꿈꿨다.
2020년 52일의 장마가 끝나고 우리는 인천에서 춘천까지 첫 자전거 여행을 시도했다. 긴 장마로 인해 자전거 길이 물에 잠겼고, 여행은 1박 2일 만에 끝이 났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이번을 계기로 자전거 길만 정비되면 우리는 충분히 춘천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얻었다. 아들과 둘이 떠난 자전거 여행. 처음 집을 나설 땐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두 번째 집을 나설 때는 용기보다 설레는 마음이 앞섰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페달을 밟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2021년, 초등 4학년이었던 아이와 나는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국토 종주를 했다. 국토 종주를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자전거 여행 3년 차가 되고 나니 많은 게 달라졌다.
“아들, 자전거 종주 길을 벗어나 17km쯤 국도 타고 달리면 우포늪 주변에 숙소 있는데 갈 수 있겠어?”
오후 3시. 자전거 길에 있는 쉼터에서 물을 마시며 검색한 숙소 사진을 아들에게 보여줬다.
“우와! 초가집이다. 오늘은 초가집에서 잘 수 있는 거야? 엄마, 최고!”
그렇게 자전거 길을 벗어나 한 시간쯤 달려 도착한 우포늪. 우리는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세계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습지, 우포늪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자전거 여행 3년 차가 되니 자전거는 여행의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있었다.
첫 여행에선 자전거 길이 끊겨 더는 갈 수 없다는 판단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여행을 거듭할수록 가고 싶은 곳과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지고,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 종류도 늘어난다.
눈 위에서 굴리면 굴릴수록 커지는 눈사람처럼 우리는 페달을 구르며 매년 성장하고 있다. 40대 아줌마와 초등 아이가 떠난 자전거 여행, 3년 반 동안 우리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막연히 아이와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어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