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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플린 Aug 23. 2020

대한민국의 주택 가격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규격화된 주거 양식 '아파트'가 환금성을 높인다.

대한민국의 주택 가격은 이제 저렴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단계에 와 있다. 특히 수도권 및 대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비싸다고 표현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택구입 부담지수"로 살펴보는 주택 가격 수준


주택 가격의 싸고 비싼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표인 "주택구입 부담지수"는 역사적 평균치를 상회하는 구간에 있으며, 2020년 2분기에 한차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Covid-19로 인해 모든 분위의 소득이 감소했지만 주택 가격은 올랐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22일 기준, "주택구입 부담지수"는 2020년 1분기까지 집계되어 있다.)


주택구입 부담지수 - 지역별 비교


주택구입 부담지수 - 서울 및 전국 (연도별)


물론, 주택 가격이 비싸다는 것과 가격이 더 오를 여지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것은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비싼 자산은 종종 더 비싸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 특히 수도권 및 대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잘 오르는 주택 군과 잘 오르지 않는 주택 군을 비교해 보며 원인을 추정해 보자.



국가별 선호하는 주택 유형의 차이


우리나라에서 선호하는 주택 유형은 아파트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범한 소득을 올리는 대한민국 국민은 대체로 아파트를 선호한다. 초고소득층에서는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성이 있지만, 초고소득층에서도 "한남 더 힐"과 같은 초고가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민이 선호하는 주거 양식은 '아파트'라 할 수 있다.


반면 서구 사회, 그리고 일본은 단독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성이 뚜렷하다. 마당과 주차장이 있으며, 오랜 기간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구분된 공간을 선호한다. 물론 서구 사회와 일본에서도 공동주택이 존재하며, 이 곳에 거주하는 사람의 수가 적지는 않다. 하지만 선호하는 주거 양식은 아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오피스텔'처럼, 때 되면 떠날 곳으로 선택하는 주거지가 서구 사회와 일본의 공동주택이다.


한국 사회는 아파트를 선호하며,
서구 사회 및 일본은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이렇게 국가별 선호하는 주택의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각 국가의 주택 건설 산업 또한 상이하게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는 토지 매입 이후 대규모의 공동주택 (아파트)를 건설하는 산업이 발전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규모의 시공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반면 서구 사회에서는 토지 매입 이후 단독 주택을 건설하거나 낡은 단독 주택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하는 산업이 발전했으며, 이 과정에서 개인의 취향에 맞게 단독 주택을 설계 및 시공하는 분업화된 구조가 활성화되었다.



주택 유형 별 환금성


주택의 유형에 따라 환금성에는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공동주택은 개별 주택 간 차별점이 적기 때문에 입지 평가와 건축물 가치 평가를 통해 여러 호의 주택의 가격 산정을 동시에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또한 공동주택은 범용적인 구조로 건축되었기 때문에 수요자가 공동주택에 맞춰 생활한다. 공동주택은 규격화된 특성으로 인해 거래가 용이하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환금성이 높아지게 된다.


반면 단독주택은 입지 평가가 완료되더라도 건축물 가치 평가에 어려움이 있다. 단독주택은 개인의 취향에 맞춰 설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누군가는 선호하는 주택이라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는 선호하지 않는 주택일 수 있다. 주택의 범용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단독주택은 매수자가 리모델링하거나 멸실 후 재건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독주택은 건축물의 가치 평가가 어려우며, 종종 그 가치가 (멸실 필요에 의해) 마이너스로 평가된다. 따라서 단독주택은 거래가 어렵고 환금성이 떨어진다.



높은 환금성은 가격을 높일 수 있다.


환금성의 차이는 곧 주택 가격의 높낮음을 말한다고도 볼 수 있다.

환금성이 높다는 것은 필요한 경우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며, '에셋 파킹'에 용이하다.


우리가 예금에 들 때는 큰 고민 없이 거액의 자금을 예치한다. 예금은 언제든지 필요할 때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와 같이 높은 환금성은 자연스럽게 대규모의 자산을 끌어당긴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빌라를 구입하지 마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체로 '사기는 쉬워도 팔기가 어렵다.'는 말을 꺼낸다.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동일한 입지라도 환금성의 차이는 자산 가격의 큰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아파트와 그 외 유형의 주택은 가격 상승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이러한 가격 차이의 원인이 '환금성'에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선호하는 주택 유형이 아파트이기에 더 많은 돈이 몰리며, 높은 환금성으로 인해 더 많은 자산을 흡수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 (2006년 1월 ~ 2020년 5월)


연립 및 다세대 매매 가격 지수 (2006년 1월 ~ 2020년 5월)



높은 주택 가격은 대중의 선호와 높은 환금성에 기인한다.


자산의 가격은 '관심도'에 달려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치 투자'는 미래에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이라 볼 수 있고, '모멘텀 투자'는 관심도가 증가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및 대도시 아파트 가격이 높은 이유는 우선 '대중의 선호도'에 기인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 및 대도시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산이 집중된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규격화된 주거 양식인 아파트의 '높은 환금성'이 촉매가 되어 가격을 더욱 높인다. 서구 사회와 일본은 단독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오르더라도 거래 비용이 많이 발생하여 가격 상승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 투자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아파트는 규격화되어 있어 거래 비용이 낮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에 더 많은 자산을 끌어당기게 된다. 거래 비용이 적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택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증세 기조는 투자 수익률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특히 수도권 및 대도시 아파트는 사실상 리츠 수준으로 구조화된 투자 자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유로 국가의 경제 규모 대비 주택 시장 규모 비중이 타 국가에 비해 많이 높은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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