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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pr 17. 2019

꽃길

- 벗길

덕수궁 수양벚꽃

꽃길

-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비 내리는 

덕수궁 꽃길을 걸어보아요


그럼  

옛사랑이 묻어난 덕수궁 길을 나서고

그대 길 따라 거닐던

옛이야기가 되어버린

그 길을 지금도 난 나서고 있답니다


그대의 마음이

봄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며

그대 머릿결 찰랑찰랑 이는

그때의 흔들리는 마음을 외면하였지요


수양벚꽃 흐드러지게 피어날 그때쯤이면 

꽃잎 떨구며 떠나간

지금에서야

그 마음을 이해할  같아요


그대 치마 나풀대며 흩날릴 

덕수궁 화원에 떨어져 날아간 

꽃잎 한 장이 주는 어린 정감은


마치 흰나비 한 마리 날아와 반겨주듯이

가을날 몹쓸 바람에 낙엽 뒹굴듯

바람에 쓸려 떠나그대 마음을

그때 야속한 마음을 붙잡지 못한 미안함에

아직도 그 길을 서성이게 만드는

이유가 되어갔지요



꽃잎에 빛바래져 가는 그댈 보면서

연못을 한없이 바라볼 때는

하늘을 원망하고

슬퍼하기도 하였답니다


그나마

그대 그리울라 

함께 흩날리며 적셔오고

아련한 마음이 깃들면서

 빗길을 걸어가는 

한가닥 희망을 기다릴 테요


그대 우산 속 꽃길을 걸을 때면

나는 비 내리는 덕수궁 돌담길

옛길 언덕에 멈춰 서서 

그댈 바라볼 거예요


그대 먼발치서 가는 방향이 같으면

나는 그대 걸어오는 언덕 위

동산에서 우연인 듯 마주치고


그대 돌아서서 걸어갈 때면

그냥 그 자리에서

한없이 그대 사라질 때까지

바라만 보고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것이

그대와의 일찌감치

이별의  예감을 던져준 것으로

오해받아볼까 합니다


그리고

그대 보이지 않으면

비 내리는 고궁을 뒤로하고

우산도 벗어버린 채


그대와 예전에 걸었던

덕수궁 돌담길을

이비와 함께  배회하고 걸어갈 거예요


2019.4.17 덕수궁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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