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May 04. 2019

잡초 같은 인생(치악산 둘레길에서)

- 칡넝쿨 와 다래 넝쿨

잡초 같은 인(치악산 둘레길에서)

- 칡넝쿨 와 다래 넝쿨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큰 나무 밑에

작은 나무가 함께 살았어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을 막아주고

눈이 내리면 눈을 피해 주고

비가 내리면 우산이 되어주었지


이렇게 모든 것을 다 막아주니 행복했어

그리곤 난 서서히 말라갔다

다른 건 몰라도 나의 영양소인

햇빛을 보지 못했던 거야


차라리 아무렇게 나뒹굴고 자라는

잡초 같은 인생이

나한테 더 잘 어울릴지 몰랐어


그래서 난 모든 그늘이 되어주는

큰 나무보다는

심지어 아픔도 감내하고

이 세상에 누구도 너처럼 되어가

잡초 같은 인생이

나의 삶이란 걸 깨닫게 되었어


너의 이름이 없어 불러보지 못하고

너는 이름을 몰라줘도 된다면서

너에 대한 배려가 나의 희망이 되어갔다


칡넝쿨 와 다래 넝쿨의 얽힌 삶이

너와 나의 얽혀가는

실타래  인생처럼 되어갔지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  

그렇게 많았던 세월의 인내와 싸워갔어야 했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살아가는 방법이

그들의 오랜 세월에

말없이 서로 의지한 채 

삶을 스스로 선택해서  살아가는 법을 안거야


새재 정상

2019.5.4  치악산 둘레길 제2코스 종주길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로 쓴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