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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y 03. 2019

이 맘 때쯤이면 라일락꽃이 활짝 피었었지

- 사랑이 지나간 자리

맘 때쯤이면 라일락꽃이 활짝 피었었지

- 사랑이 지나간 자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라일락  피기 전에 생각난 사랑이

예견된 사랑이라면

라일락  필 때 떠오른 사랑을

예지 된 사랑이라 부르고

라일락  활짝 폈을 때 떠나간 사랑

인지된 사랑이라 부르리


아~

이게 사랑인가

이게 환멸인가


라일락 꽃 향기 잊을라치면

그리운만 남겨진 사랑이

진정 사랑을 위한 배려란 말인가


차라리 너는

가 찾아올 때는 새벽이슬에 젖어

그 고운 향기를 뿜어내지 말았어야 한다


이 맘 때쯤이면 너는

라일락꽃이 활짝 피어나기 전에 떠났어야 했다


라일락 꽃 피고 햇살에 네 모습 비추면

떠나간 사랑이 그리운 사랑 될까 봐서  

그래서 나는 동이 떠오르기 전에

너를 한번 더 보고

그 향기에 젖어들지 않기로 했다


너의 향기는 그리운 사랑이 아닌

다가올 사랑에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

고운 햇살 내비치고

향기를 털어낼 수 있는 것이

고작 전부였다


여름 맞을 소낙비에 내 몸 떨구기 전까지

그 향기를 모두 태양에 그을려야 한다


내 사랑을 위해서

네 사랑을 지우기 위해서

향기마저 떠났어야 했다


해마다 이 맘 때쯤이면 찾아오는

산등성 너머에 피어나는

 꽃향기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몰래

라일락꽃이 활짝 피어날 때 생각나고

나는 그날의 기억에 젖어들듯

그 산등성이에 아직 있을듯한 마음을 넘어선다

만종역
둔치
인사동
덕수궁

2019.5.2 만종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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