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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way)

- 구비구비 흘러 흘러서 어디로 가나

by 갈대의 철학

(way)

- 구비구비 흘러 흘러서 어디로 가나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 길(way) -


길은

길이 어디냐고 묻지 않는다

길은 태초에 원래 없었다

길이 지나간 자리는 삶이 자란다

길은 길이요

길에게 끝이 있냐고 물으면

길은 끝없는 길이 길 이라고 말한다

길이 네가 지나간 자리에

길이 내가 밟고 간 자리에

길에 그 자리 다음은 너를 위한 배려였다

길에 너의 의미에 길은

길이 나에 대한

길은 너의 의미는 무색하다

길은 그래서

길다운 길이 어디 없으니

길 없는 길 또한 없는 길이다

길이 너에 대한 나는

이 길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길(way)

- 구비구비 흘러 흘러서 어디로 가나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치악산 둘레길 자락을

굽이굽이 굽이쳐 돌아서 가다 보면

첫 태동의 마음은

어느새 이미

섬강의 물줄기에 맞닿고 있었다


치악산 자락 둘레길을 걷노라면

내 마음은

저 구름 따라 머무는 언덕 위에

네 마음 걸쳐있을 거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을 때

보이는 것은 까마득한

보이지 않는 네 마음과 같더라


내 마음

굽이 굽이 돌아서 가다 보면

어느새 너의 마음 흐르는 곳에서 만나려나


우리는 어디서 만나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우리가 가는 이 길에

굽이 굽이 돌아서 가다 보면

너와 나의 태초의 마음으로 만나는 것일까


돌아서 가다 보면 보일 듯이 말듯이 하는

쉬었다 가다 보면 만날 듯이 말듯이 하는

네 모습 뒤엔

언제나 보이는 것은

너의 둘레길 마음뿐이다


2019.5.1 치악산 둘레길 제1코스 꽃밭 머리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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