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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저축

- 도화지에 그려진 사랑

by 갈대의 철학

마음의 저축

- 도화지에 그려진 사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와 매일매일

하얀 마음을 그리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스케치하고

도화지에 또다시 색칠하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해 눈 내리던 날


우리들 사랑도 점점 쌓여가고

마음의 저축도

하루하루 쌓여갔습니다


그토록 바라보았어도

닳았을 법

한사랑도


하염없이 바라보고 바라보아도

내리는 눈 속에 갇혀

영원히 녹아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한사랑도


네 눈가에

어느새 맺힌 눈물에

긴 겨울이 다시 시작될 거라는


시린 가슴 한편을 움켜쥐고

아직도 덜 여문 여린 마음을

다 담지 못한 까닭이


아직도 그리다 만

내 젊은 날의 초상을

그리려는 마음도 아니랍니다


그렇다고 뜨겁게만

지내온

젊은 날의 꿈 많았던 열정에

보상이라도 되는

어느 누군가의

젊은 날의 우상도 아니었습니다


새 하얀 도화지 위에

네 이름 석자와

다정히 불러주던 내 이름 석자를

까만 색연필이 아닌


하늘을 늘 그리다 못해

파란 색연필로 내 이름자 써놓고

바다에 꿈 많았던 소녀 시절에

못다 이룬 초록 색연필로

네 이름자를

못다 그려보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늘에

한 점 바람 일구고

땅에 덮어버린 마음은


언제 피어날지 모르는

작은 이름 모를 화초에

내 삶의 인생 역경 기를 못다 이룬

보상으로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나와 그대는

모든 것을 바치고도

나와 그대는

이룰 수 없는 꿈의 대화를 통해


지금도

예전에도

같이 걸어왔던 그 길을


애써 태연히 걸어가는 마음을

서로에게 의식하지도 않은 채

걸어갔어야만 하는 마음들을


어쩌면 나와 그대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 앞에

서로가 서로를

잊고 지내온 기다림들


하얀 안갯속을 지나온 것에

가득 먹구름이 잔뜩 밀려오기를

기다리다 포기해 버렸을지도 모를

한 사랑을 위한 눈 사람


애써 태연한 척 말없이

그 기나긴 길을 함께 걸어오고

아득하기만 한

남겨진 사랑이

이유가 되어갔을지도 모를

여기 남아있는

기나긴 사연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나와 그대가 이 자리에 맴돌고

서성이지 않는

반항의 이유가 되어온 것도


그대와 내가

억지로 삶을 퍼즐처럼

맞추어 가는 것도 아니어서입니다


이어가기 위한

생에 부수적인

몸에 마지막으로 붙어있는

처절한 외침이 오더라도


한 사랑을 위한 마지막 사랑에

짧지만 아니한 긴 여운을

못다 부른 노래의

마지막 구절도 아니길 바래었습니다


잊어버린 세계에 대한 동경과

아주 작은 희망에 대한

동점심에 대한 표출이


어느 이의 간절한

한 부분이길 고대하며 찾아오기를

살아가고 살아가기 위한

끝없는 미로 속의 여정이

아직도 내게 남아있을

삶의 연속이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2019.7.9 늘 바라기의 노을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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