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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날으다

- 바다에 이르다

by 갈대의 철학
배부른산에서

하늘에 날으다

- 바다에 이르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하늘에 날으다

하늘에 날아오르는 새는

날아간 흔적을 남기지 아니하니

날아올라 날아간 적이 없다고 하고


바다에 이르다

바다에 나아가 배 젓는 뱃사공은

지나온 물길은

뱃길의 흔적이 합쳐졌기에

노 저어 간 적이 없다고 하고


땅위에 거닐다

땅 위를 디딪던 발자국이

떠나온 발자국이 되어 남는다고 하니


네 지나온 발자취에

한 점의 바람이 일어나

내 발자국의 형상에

한 톨의 먼지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너는 나를 따라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2019.6.23 배부른산 종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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