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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y 11. 2019

태종과 운곡선생

- 치악산  둘레길 3코스(수레너미 고개)

수레너미재 고개 길에서

태종과 운곡선생

- 치악산  둘레길 3코스(수레너미 고개)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치악산 자락에 둘러메인 몸이여

 마음이 여기를 떠나온 들

치악산 둘레길에 레너미 길이

님 계신 곳만이야 하겠는가


하늘 아래 성군이 없다한들

네 마음이 익히 하늘에 일어

한양도성에 닿았거늘


너는 어찌하여

멀리서 떠나온 님의 마음도 마다하고

구중궁궐 숨바꼭질처럼

손수 수레너미재에

그 험준한 태백산맥도 놀라 치켜세운

차령산맥 길을

달랑 수레 행차에 몸을 싣고 떠나온

사제간의 정도 끊으려 하는가


그것이 정녕

네가 바라는 두 마음도 아닐진대

천지가 개벽하고

신의 뜻은

흘러가는 대로 흘러서 가는 것이

세상사 순리이자 이치이거늘


랑 적악산에 숨어서

불어오는 바람에게

소식에 안부를 묻고


하늘이 네 지붕 인양 살아가는 것이

그리운 님 보고파하여

비 내리게 만드는

네  집이며 눈물이란 말인가


산 짐승 울음소리가

네 처량한 일편단심에 

마음의 울부짖는 소리로 대신해서

살았어야 하는가 말이다


머나먼 타향살이가 그리워

손수 한양 수도를 저버리고

너를 찾아온 님도 마다하면서

 

그것이 에 항거해 마지막 수절을 지킨

논개의 절개보다 더 한량하다 할 것인가

아님 마음의 뜻이

신의에 대한 배려여야만 하였는가


먼길 지척에 두었던 마음에

제자의 도리 된  마음이

한 마음은 개성 송악산에 두고 떠나

옛 성은을 입어서 함께할 수 없다 하고


다른 한 마음은  스승의 마음을 두어

떠날 수 없다 하여

고작 두메산골도 아닌

첩첩산중에 길 없는 길도 마다하고찾아온

나그네 길의 마음으로 삼았으면 어떠하리


속절 마음도 수레너미재에

멀리서 지켜보는 마음이야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한들


이미 네 마음은

두나라에 한 마음을 두었으니

두 성군을 섬길 수 없었던

금오산에 숨어 지낸 채미보다 못한 

아픈 슬픈 마음을 지녔구나


이곳을 지날 때면

금오산에 숨어 지낸 야은 길재의 마음이

대신 너를 위로할지도 모른다


이 깊은 자락에 둘러싸여

마음의 성벽을 쌓아야만 하였는가

이제야 치악산 둘레길을 넘나들다 보니


그대 태산은 그대로니

인심 좋은 수레너미재에

탁주 한잔 걸치고 가세나


수레너미재를 넘고 나서

님 따라 걸어온 길 뒤돌아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님 그림자 밟고 라왔었네


어느새 수레는 북쪽으로 가고 있는데

너는 멀리서 한없이 지켜보는 마음인들

오죽이야 가슴 저민 인심인들 후회해도


한 번 떠나간 마음은

기약 없이 돌아올 줄도 모르고

수레너미재에 점점 멀어져 가는

레바퀴의 사연 많은 수레바퀴 자국만 득하구나


네 마음 알아주는 이는 더 없어도

네가 가르쳐 준 그 어린 마음의 동심은

그대가 건국하기 전에 마음이었더라

그 마음은 이미 두 마음이 아니었더라


옛 마음은 하늘에 올려주고

옛 충신 된 마음은 산에 묻어두었으니

천도의 마음은

멀리 이국 타향살이에 곡을 더하는

수레너미재 고개 넘나드는 마음은

이미 이곳 적악산에 묻히어 간다


지나는 이의 발자국 소리가

천년의 발자국을 울리는 네 뜻의 소리인 줄

지금도 예나 지금이나

너를 대신해서 지나온 발자취에 넋을 잃고

지나온 행적에 내 발걸음만 재촉하게 만드는구나


수레너미재 고개 길에서
엄나무

2019.5.11  치악산 둘레길 3코스 수레너미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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