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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l 04. 2019

화분 밑에 피어나는 꽃

- 네 그늘 밑에서도 자란다

화분 밑에 피어나는 꽃

- 네 그늘 밑에서도 자란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사랑하는 사람아

무얼 그리 염탐하는가

사람이 태어날 때는 빈손으로 태어나

태생모두

우주 만물의 소생으로

 마음에 알몸의 태생이거늘


누구는 위에 있고

누구는 아래에 있어 태어났는가


의로우면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게나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떠나가는지를


그대는 아는가

처음에 간직한 마음을

끝까지 지킨다는 것이

처음의 마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거와 같은가


그대에게 있었어는

하늘의 뜻을 반할지는 모르나

자신에게는

그렇게 모질게는 하지를 않았다


하늘에 태양은 언제나

그곳에 항상 떠있다고

떠 있기를 염원하겠지만


밤하늘 별들이 모두

고개 들면

그대에게 안 기우듯

반짝거린다고 여기 줄  모르나


낮에 해 뜨면

그대는 곧 눈처럼 녹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리


밤에 달뜨면 그대는

달밤 없는 기나긴 동지섣달

그믐밤을 걸을 것이라네


그러하니 그대여

너무 상심을 가지고

너무 두려움을 지니지도 말게나

어차피 인생은

백 년 천년 천수를  못 누리고

떠오르는 태양처럼

늘 한결같아 보이지만

그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때만

그러할 뿐


그대여 너무

노여워하지 말아 주게나


가진 게 없이 누더기 하나

걸치지 않고 태어 낳거늘


그대  그렇게 자신이 없나

자기 자신 하나 지킬 줄도  모르면서

누굴 탓하리오


나는 그대에게

한치의 부끄러움을

선사해 준 적이 없고

그것을 내 탓

그것이 남 탓이라 말하지도 않으리오


어차피 그렇게 할바에야

차라리 마음속에 숨겨놓은

그대의 두 얼굴의 이중성을

보여준 것만도 못하리


세상은 그대에게 있어

세상은 그대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무엇을 묻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의 반문을 던져주지도 마오


어차피 그렇 할 것이라면

그대 내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아


진한 탁주의 한잔에

검게 썩어 들어간 마음을 위로하고


탁주 두 잔에

그대에게 씌워진 검은 그림자의

혼령을 달래며


탁주 석 잔에

그래도 그대 마음 씻기지  아니할 때는

그대의 변하지 않는 마음이 그러려니 하거늘


하늘의 뜻이길 바라는 것도 좋겠지만

바다의 헤아리지 못한

마음이라 여기면

그대 마음은 그곳에  리오


천지신명이시여

내 말 좀 들어주소


그대가 사람이라면

들어줄 것이요

그대가 짐승이라면

말을 하지 않을 것 이외다


사람이라면 

그대가 내뱉은 말을

주워 담지 않을 것이오


그대가 짐승이라면

자기가 경험하고

자기가 느낀 것을  말하고

자기가 보는 것만은 말하지 않으리다


그대에게 고하노니

그대가 말한 진실을 신뢰하지 못하거든

진실로 경험 없다고 말해주오


그대가 행한 행동에

믿음이 서지 않는다면

서슴없이

자기가 듣기 좋은 말만 듣지 말아 주오


사람은 그렇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말만 내뱉고 

자기가 좋아하는 말만 듣고

자기가 싫어하는 말은 듣지 아니하고

자기가 좋든 싫든

이유가 되든 안되든 간에 

자기한테 유리하게 해석하게 만드는

창조물과 다를게 무엇이오


사람은 자기가 경험하고

자기가 보지 못한 것을 말하지 아니하니

진실한 사랑은

늘 멀리서

곁에 붙어있지만

마음이 떨어져 있는 것을 

그대는 진정 알지를 못하는 거외다


2019.7.3 새벽 만종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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