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다 그렇지 뭐

- 돌아서 보면 지나왔던 네 마음인 것을

by 갈대의 철학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 돌아서 보면 지나왔던 네 마음인 것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넘어지고 나면

나보다 더 작은

인생들을 볼 수가 있어서 좋고


훌훌 털고 일어나면

어쩌다 한 번쯤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어서 좋고


떨어지고 나면

끝없이 추락할 것만 같았던

나보다 더 아래에 사는

삶들을 바라볼 수가 있어서 더욱 좋아라


어느새인가

그 골목길을

나도 모르게 서성이며 돌아섰네


안개에 휩싸인

그 길 모퉁이 돌아서다 보면

어느새 너는

내게 오라 손짓을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점점 희미해져 가는

남아있는 의식을 붙잡은 채

마지막 끈을 놓아버리고 마는


그해 뜨겁던 여름날에

날아오르지 못해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어느 잃어버린 잠자리의

마지막 몸짓이 처절할지라도


가을 새벽안개에 젓어 버린

날갯짓을 잊어가는 것이

날을 수 없는 슬픔을 지녔던 마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게 행복이 전부인 줄만 알았던

내 지난날에 네 자리였던

늘 그 자리 그 마음이었다는 것을

그 길 모퉁이를 다 돌아서고 나서야

웃고 있는 너를 알게 된 거야


2019.11.6 덕수궁 돌담길 & 만종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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