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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04. 2019

한 점의 바람이 되어 날으리

- 한 점의 먼지가 되어 날아오르리

2019.7.29  제주 새별오름

한 점의 바람이 되어 날으리

- 한 점의 먼지가 되어 날아오르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날에 바람은

너와 나의

모든 것을 지워 버렸


사랑도

미움도

행복도

소망도

슬픔도

괴로움도

기쁨도 말이다


그날에  

너와 나에 모든 기억의 장치들은

모조리 태워지고 소멸되면서

바람의 방향은

비양도로 옮겨졌다


바람 한 점이 가져다준 의미들

말없이 불어준 바람 탓에

서로가 얽히고 설 퀴어 버린 마음


서로의 몸짓에 누워버린

흐느껴 서로를 비벼대고

자지러지며 쓰러져간 풀들에

흔들려 버려졌던 마음들


작은 세상의  울부짖음에

그렇게 그들은 가느다란  몸짓으로

다가설 뿐

명한 맨발이 되어갔다


한 점의 바람이 되어 떠나리

한 점의 바람이 되어 날으리

한 점의 바람이 되어 남으리


그리고

 

한 점의 먼지가 되어 날아오르리

스쳐지나간

모든 인연의 기억들과 함께


새별오름에서 노루
새별오름 비양도 일물

2019.7.29  제주 새별오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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