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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30. 2019

저를 팝니다

- 저를 사세요

저를 팝니다

- 저를 사세요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안녕하세요.

갈대의 철학 겸가(蒹葭)랍니다

저를 속세에 내어 놓아요

보잘것없고

잘나지도 잘난 구석도 으며

그렇다고 유순하 지도 못하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저를 팔고 살 수가 있어요

나에게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와

여정길에 담아두고 모아둔

마음의 여정길이 있다고

감히 말할 수가 있겠어요

가령,

그대가 우울하거나 슬픔에 잠길 때

가까이 다가가 위로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줄 수도 있답니다

당신이 불행할 때 같이 있어줄 수 있으며

당신이 기쁠 때도 마찬가지예요

이것만으로도 저를 의심하고 살 수가 없다면

저는 속세를 벗어날 수 없듯이

그대 곁에 영원히 머무 수 없는

그대 손에 놓인

한가닥의 끊어져 버린 연의 실처럼

하늘 향해 놓아 버린

저 멀리 끝까지 올라가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터져버린 풍선과 같을지도 몰라요

감히 이야기를 하자면

밤을 지새워도

끝나지 않는 여정길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러하니 그대여

무얼 망설이나요

당신이 심사숙고하고 기다리는 동안

하루가 저물듯이

한 해가 금세 사라질지도 몰라요

그대의 마음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논리에 근접할 수도 있겠지만,

이해를 돕는 차원이라 생각을 하려고 합니다

아니,

어떻게 전혀 이해라는 말은

제겐 너무 큰  

잔혹사가 되어갈지도 모른답니다

어쩌면 제가 그대 마음의 위로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히 알아주세요

나는 그대에게 있어

봄에 피어나는

한 자락의 여린 꽃의 마음도 아니며

지난여름에

내 마음 깊숙이 아린 곳까지

쓸어내리다 마는

장대 같은 소낙비도 더더욱 아니랍니다

다가오는 늦가을의 만추를 기다리며

사색에 잠기어

미완성의 작품을 고뇌하는 마음도 아니요

다가올 겨울 채비에 월동을 지새우기 위한

다람쥐의 쳇바퀴 삶도 아니었어요

단지,

그대 곁에 영원히 머물 수만 있어도

아니,

바라만 봐도 좋을 수가 있도록만 해주세요

그러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드릴게요

그리고 무작정 그댈 위해 기다릴 거예요

마음

사랑도

꿈도

그리고 행복도 찾아줄 수 있어요

아~ 깜빡 잊었군요

지금부터 당신에게 고백하는 것을 잊고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랍니다


설악산 공룡능선

2011년 8월 4일 ~5일 설악산 한계령~ 공룡능선 1박 2일 종주길을 회상하며 그리운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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