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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06. 2019

억새의 바람(영남알프스 산행기)

- 갈대의 바람(천황산  재약산 종주기)

층층폭포


억새의 바람(영남알프스 산행기)

- 갈대의 바람(천황산  재약산 종주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천황산에 올라서면

뉘 돌아서 본 하늘인가 하니

하늘 아래 일번지가

바로 여기로구나 싶더구나


사자봉 정상 아래 놓인 사자의 성난 발톱도

네 곁에서 불어오는 바람

하늘길 억새의 마음은 늘 간절하였다


춤추고 흔들릴 때마다 젖어오는

은빛 백사장에 밀려오는 포말들 사이로

감동의 물결은 오래도록 묵혀둔

네 빈속의 흐느낌에 대한 절규일지 모른다


그곳을 지날 때면

나는 순한 양이 되어가고

익히 그곳을 떠나갔을 때 나는

순백의 미를 찾아가는 하이에나가 되어간다


그곳에 서서 뒤돌아보아라

엇이 보이고

엇이 숨어있는지를


층층폭포


지나온 발길은

천하일품의 길이 되어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곳에 서서

하늘을 바라볼 때의  네 모습을 상상하라


일찍이 그대가 떠나왔던 진자리가

다가올 겨울 채비 하나 없는 

무방비의 엄폐 엄습이 되어갈질라도 


차가운 햇살에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조차 감내하기 힘든 이곳에서

익히 너와 나는

전라의 상태로 만나야 한다


너와 내가 만나는 하늘길이 열리고

화전민의 터전이 되어 남겨진 흔적들

그곳은 잊혀진 자의 고뇌와 번민에 가득찬

수심의 숯 검댕이가 되어버린다


옛 그을린

가마 숯의 마음도 일그러져 가고

그곳에서 만난 너와 나를

곧 천상의 다리를 건너게 만드 

하늘의 문에 들어서는 관문이 아닐련가 하더이다


하늘길이 열리고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에

시시각각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구름 운해  저 너머에 있을 고향의 언덕

간간히 비치는 햇살의 마음도

한 조각의 구름이 원망했으리


네 빛이 그리 원대하였나

너의 한 줌의 햇살에

그리 가슴 졸였었야 했는가 말이다


너를 보러 구구만리 떠나온 심성을

어찌 마다할 수가 있겠는가

비단,

너에게 여의주를 구해주지 못해

승천의 못다 이룬 꿈을

꽃으로 남았어야 하는 용담화삶이

가히 부끄럽지는 않았으리라


구룡폭포


떠나온 빈자리에

지나온 하늘을 올려다보는 마음이

한 점의 티끌도 마다하지 않는

낙천적인 허공의 마음 있었을까 


초행길에 나서는 마음은

언제나 너를 대하듯 신선하다

아직 네 모습은

가을빛에 타들어가지 않았다


네가 숨겨놓은 가을 탓에

억새의 마음은 하늘이 되어간다

하늘 아래

운해 속에 드리워진 네 살결은

그동안 너를 찾아온

멀리서 찾아 떠나온 마음은 아니었다


해가 중천에 떠올라

가을 햇빛에 그을리다 못해

아직은

네 여린 순수의 고백이었음을 


잠시 안개인듯 운해 갇힌 마음기대어

갈 곳 잃어 헤매었던 마음도

나그네 발길은

이내 부랑자의 방랑길에 올라서게 하고


사자봉에 들어서니

햇살과 바람에 안기운 네 모습은

천하를 포효하기에는

순수함의 결정체가 아직은 부족하다


는 억새밭에 노니는

한 마리 어린 사슴


나는 갈대밭에 헤매는

한 마리 노루가


층층폭포


나를 찾으려면

갈대밭에 불어오는

가을바람 이어야 한다


불어오지 않는 바람 탓에

내 모습은 점점 억새 밭에 숨고

더 이상의 네 모습은

가을 햇살이 주는 교감에 맞추듯

짝 잃은 어미 억새의

슬픈 역사를 꼭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이곳에 올라서면

누구나 하늘길이 열리고

그 꿈들은 창대해 가며 원대하다


변화의 바람은

가을바람에 의지도 하지 않은 채


단지,

갈대의 바람이 불어준 그 마음으로

운해 속에 감춰진

모든 비밀의 화원이 시작이 되고

곧 시대적 사명감으로 열릴것이다


그 속에서

한 햇살에 찬란히 의지한 채

실바람에도 움직여 쓰러지고픈

억새의 마음에 동요되고

포용되는 미덕을 가져서는 안 된다


층층폭포

가을이 물들여 갈 수밖에 없고

이 가을이 시작되는 문턱에서 길들여가기에는

나의 청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가고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우연히 네 발길 따라

떠나온 것도 아니었는데

이제 그리움이 묻어난 발길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감춰둔 한가닥의 마음도

수미봉을 넘지 못하는 사연이 되고

너와의 인연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스쳐지난 바람에 회자할지라도

한 봉우리 두 봉우리 지날 때의 마음이

뒤돌아 서서 바라보아야 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너는 아직 피지 못할 운명을 지녔는가

는 아직도 못다 핀

하늘의 운명을 알리기 위함인가


아님,

이제라도 늦은 마음을 마지막으로

 평생 못다 피운 불꽃의 마음을

모두 태우기 위해서

그렇게 작은 바람에도

 흐느껴 울어서야 하는가 말이다


걸어온 발자취에 

네 발길 따라나서다 보면

무거운 배낭의 발길도

어느새 흔들릴

청 억새의 마음의 무게를 더해가지만


산 모퉁이 돌아설 때의 마음에

억새의 흔들림은 

지나간 바람이 이미 훔쳐가도

애써 태연한 미소를 외면을 해도

더 이상의

제 곡조의 슬픔을 잊어서는 안된다 


흑룡폭포


억새의 바람은

갈대보다 더 처절하지 않다

억새의 울부짖음은

갈대의 제살에 비벼대어 울어재끼는

갈대의 슬픔보다


어느 시월에

귀뚜라미의 슬픔 추억보다 못하다


귀뚜라미 날갯짓에  

어느 시월을 가을이라  부르면

너는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태양 아래 햇살 비추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떠오른 기억이 되살아나면

이를 이른 시월의 노래라 불러보고

가을이 오고 있다고 히 말하려 하면

나는 이미 지난여름을 가을이라 기다려왔기에

억새의 바람에도

가을이 왔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억새의 흔들림에 쓰러져가는

높이

기어 올라야만 너를  있어야만 하였는가

그것이 내가 너를 찾아올 수 있는 연유가 

그토록 네가 찾아 헤매는

이유가 되어버려서는 안된다


네 뒷모습 바라볼때

이 꺼져라 내쉬는 울부짖음과

한 번의 용솟음으로 

한숨을 거둬들일때 마다 마음을 내려 놓는

나의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다 마는

종말을 예고할지도 모른다


허공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땅을 바라보

억새의 마음이 되어서는 안된다

허탈한 무력감에 사묻힌

진정한 네 목소리를 찾을 수는 없어도


절대로 억새의 바람에

힘껏 소리 질러  

내 목소리

내 이상과 꿈을 향해 남겨두어야 한다

그리고

네 마음을 잃어버려서도 안된다


억새의 바람은 그저

인고의 세월에 낙향된 마음을 그리는

목소리의 청허함에서 오고

불어오는 실바람 소리에도 

감미롭고 애처롭게 부드러워 야한다


이름모를 폭포


어느새  마음은

어느 이름 못 불러본 그대 이름

어느 소녀의

억새보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관자재보살의 관용보다

자비의 마음을 감추고

마애삼존불상의 그 고귀함의 미소보다

작은 햇살에 일그러져 가는

나의 지난날의 자화상이

너로 하여금 다시금 눈을 뜨게 한다


억새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억새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억새의 바람이 불어와

갈대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억새가 흔들리는 것은

갈대의 불어오는 몸짓에서 온다

갈대밭에 앉지 마라

억새가 춤을 춘다

억새의 울음은

갈대의 마지막 몸짓이 되어간다


층층폭포


억새의 소원이

갈대의 희망되어가고

억새가 갈대밭에 앉아 있는 것은

갈대의 몸짓이 서툴지 않기 위함이다


억새의 바람은

갈대의 바람이 불어

억새가 부르는 노래에

갈대가 흐느끼는 몸짓 따라 부르고


억새의 몸짓은

불어오는 갈대의 바람에

한민족의 몸짓이 되어간다

 

억새가 격한 몸짓으로 노래를 부르면

갈대의 몸짓은

너로 하여금 더 유연해져 간다

 

억새의 바람이 불어오면

갈대가 바라는 마음으로 불어오는

작은 바람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억새가 억장이 무너지는 절규의 몸부림은

갈대가 지나온

과거의 처절한 울부짖음이었다


억새의 바람 소리가 내쉬어 부르는

휘파람 소리는 너를 부르는 소리

갈바람 불어오는 억새의 바람은

갈대의 바람이 지나가 버린 뒤였다


천황산
구절초




산부초
용담화
억새군락지
재약산
층층폭포에서
쩍 벌어진 닳은 등산화
표충사

2019.10.5 영남 알프스 능동산-천황산-재약산-사자평-층층폭포-흑룡 폭포-표중사 종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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