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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

- 사랑이라 부르기엔 이 가을이 너무 짧다

by 갈대의 철학

가을이라

- 사랑이라 부르기엔 이 가을이 너무 짧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이라 불러보기엔

나의 가을 하늘은 너무 높아


새침데기 너를 바라볼 때면

내 자존심은

너에게로 가기도 전에

가을바람이 훔쳐가고


가을이라 가을밤에

둥근달 떠올라


저 높이 떠오른 달에

소원 빌어보지만


가을이라 부르기엔

내 마음은 아직도 어린 마음


구름 따라 흘러가는

네 마음을 붙잡으려 하니


일찌감치

네 사랑이 저만치

구름에 실려 떠나가는 것을 보고

이미 내 사랑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면서


네 사랑이 지나간 뒤에

짙어가는 가을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니

사랑이라 부르기엔

이 가을은 내겐 너무 짧다

2019.10.10 덕수궁 돌담길 & 청량리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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