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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 네 기억의 자리

by 갈대의 철학

가을이

- 네 기억의 자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이 가을 가을 하네

네 모습 못 본 지가 이태가 되어가는데

내 기억의 블랙박스처럼 다가와

스토리지 가득

스페이스 없음

그리고 처리 프로세스 늦음

Slow Query 발생하니

돌아갈 기억은

오직 네 기억에 의지한 채

언제나 그 자리가 네 자리였음을

가을바람 불어오는

이른 새벽 굴뚝 연기 피어오를 때

바람에 스치듯 지나가는

점점 희미해져 가는 의식에 의존하고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뒷 마음처럼

이 가을의 기억에

추억도 한몫 챙기려는

네 추억을 상기하게 하는 하늘이 야속타

그렇게

높고 푸르렀어야 했었는지를

너를 향한 내 마음은

다시 가물가물하며 잊힌 듯

창공 위 날아가는

새들의 합창 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어보니

마음은 늘 언제나 제자리였던 것을

아직도 저 하늘

나뭇가지에 걸쳐있는 구름은

다가올 마음을 기다리기 위한 내 자리에

지나가 버린 마음이 뒤였다


2019.10.17 덕수궁 돌담길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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