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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08. 2019

망초대의 마음

- 그림 같은 사랑

망초대의 마음 

-그림 같은 사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의지가 무엇이길래  

너의 마음은 어딜 가지를 못해

제자리에

서성이머물러야 하였던가


가을이라

가을바람 마다하고

상강 지난가을이라 

찬바람이 불어올 법도 할진대


어이하여 너는

그 장대한 꿈마저 외면하고

오더라 그리 쉽게 변절을 지키지 못하는

어느 늦가을에 타다 남은

숯댕이의 마음을 두어가는가


모두가 떨어지고 나서야 

바람에 흔적을 남김없이 맡기고 

사라지게 하려 하였는지를

이제와 되묻고 싶다


너는....

그래  말이 맞고

 말인 듯 사실이 되어간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세상에 지고 태어나서

한없이 피어있어야   이유들 말이다


말 못 할 사연이 그리 많아서

눈을 감기가 서러웠던가

네 벗하는

친구들은 모두 어딜 가고 말이다


내 의지에 상관없이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을 잃어버리면서도


피어나는 계절의 수절을 지키려는

너의 갸륵하고 숭고한

낙화의 슬픔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던가


너는 국화의 절개보다 강하고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마음보다 강해서 일지도 모른다


서리 내린 지가 언제인데

입동이 지나도

너의 모습은 변함없이

젊음의 청춘이 싱글인 줄 알며 살아간다


너는 한 떨기 국화가 아닌

잡초와 같은 인내를 지녔기에


나는 너를 이제부터

사람의 매인 마음을

안개에 둘러싸인 마음으로 

다가서길 기대해 보려 한다


안개처럼 시나브로

내 곁에 다가온 것을 보면

희미하게 떠나버린

혼수상태에 놓인 장벽을 넘어서고 있다


리고 

한 두 개의 마음 정도는 괜찮다는

끝까지 네 불굴의 의지를 지키려 할 때

나는 곧 그대에게 

계절을 잃어버린 춘설화라 부르리


2019.11.8 둔치 & 만종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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