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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11. 2019

가을아 가라

- 너는 떠나고 나는 남는다

가을아 가라

- 너는 떠나고 나는 남는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아 가라

너는 엄동설한

다가올 겨울 채비를 낙엽으로 채우지만 

떠나거라 가을아

너는 남고 나는 떠나리


 지난 자리에

남아있는 온기를 되살려

찬바람 불어오는 대신

그위에

하얀 설원을 꿈꿀 테다


잠시 동안

네 안에 무릎을 꿇겠지만

이 가을 너와 함께한

마음만은 남기고 너를 보내주리

그리고 너의 씁쓸한 기억만은

나는 남기고 떠나련다


사랑아 가라

떠나가거

너 없이도 

수없는 기다림과

수많은 그리움이

너의 넝마주이가 되어

소처럼 그리 짧지 않은 가을을 반추하였다


너는 붙잡지 않았어

겨울을 맞이하였지만

나는 너를 대신할 

너는 가지 말라 붙잡아도

기다리는 이가 있어서 좋겠구나


나는 네 추억 담아

돌아본 뒤안길에 남겨둔

작은 낙엽 한 장 덮어 주고


다가올 겨울에 흰 눈에 덮여

네 잃어버린 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가을 낙엽 지나

겨울 동지섣달 그믐을 지나고 난 후

봄에 새소리 들리거든

네 소리인양 봄이 왔다고 전해주고


이듬해 꽃이 필 무렵쯤이면

내 작은 동산에

그해 덮어준 낙엽 한 장 들춰내어

네 온기를 맞이하려 한다


가을 떠난 네 마음에

벌거숭이 마음이 되어도 

잃어버린 네 둥지 찾으러 왔다고

나는 네 곁으로 멀리 떠나왔었다고

만추에 불어오는 바람에게

간간히 네 소식 접하게 해다오


2019.11.11 덕수궁 & 청계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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