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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27. 2019

만추(晩秋)

- 떨어지는 낙엽을 주웠다

만추(晩秋)

- 떨어지는 낙엽을 주웠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만추가 되어가는 이 길

이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

멍하니 우두커니 서서 바라본 하늘


네 마음 비워둔 구름 위를

나의 마음 싣고

하늘 날아온 작은 불빛에

로 하여금  한가닥 희망을 바라보게 하였


그 길을 지나면 서성이고

떨어진 가을 햇살 한 줌에

네 마음 비추어

눈부신 햇살 한 자락에 겨운 네 모습


이 가을의 마지막이 될 줄 모르는

까탈스럽다 못해

영악스러운 겨울을 기다리는 것이

진정 본래의 네 모습이 아니기를

바랬어야 했는지를 모른다 


색동저고리가  본래의 모습도 아닌

너의 마지막 보류로 남겨질 

만추와 겨울 사이를 오고 가는 마음이


절대불변 원칙의 기다림만 남게 되면

네가 그토록 울부짖고

아성의 절규를 기다려온 이유가 되었던가


그토록 핏빛보다 붉게 물들고

지나는 내 앞을 멈추게 하였던 마음을

내 발길은

기필코 떠났어야 했던

그 자리에


마음은 이미 시간이 정지하듯

심장도 멈추고

불규칙한 호흡을 숨길 수없는

처절한 네 모습에 쓰러져 갔다


떨어진 사랑을 줍고

겨울바람인 듯 가을바람에

뒹구는 낙엽 한 잎의

인생이 되어가고


이리저리 채어가고

이리저리 발로 밟혀

산산이 부서져가는 나의 가을이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실려 떠나간다


잘 가거라 내 사랑아

잘 있거라 내 지난 청춘아

언제 다시 만날 너는

그날에 내 마음을 흩트려 놓고

떠나간 마음이 아닌


지난날들이 

거름이 되고 퇴적이 되어

이듬해 피어날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기까지


성숙이라는 씨앗을 움트기 위해

한 송이 들꽃의 마음이 되어간들

네 마음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은 꽃피는 마음보다 늘 간절하였다


독백으로

어버린 침묵의 호수를 깨우고

암묵적 말 한마디 건네주는

한잔 속의 남겨진 무언의 의미들


모두가

이 가을에 못다 부를

널 위한 만추가 되어간다


청계천
덕수궁
덕수궁 돌담길
배재학당 공원

2019.11.27 배재학당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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