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의 끝에서

- 만남의 끝에서 우리 다시 시작하자

by 갈대의 철학
2019.12.27 부산 해운대 일출

긴 여정의 끝에서

- 만남의 끝에서 우리 다시 시작하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자 다시 시작이다

출발이다

망망대해에 일엽편주의 닻을 올리자꾸나

심금을 울리는

어느 뱃고동 소리는 아니더라도

영혼을 깨우는 북소리가 아니더라도


칙칙폭폭 기적 소리에

내 몸도 싣고 떠나가는

마음 따라가련다


그런데 변한 것이 없더구나


사람도 -

같은 곳을 지나도

변함없는 그 자리에 묵묵히 지키고


기차도 -

언제나 두 다리의 평행선을
한결같이 떠나 오고


자연도 -

칙칙폭폭 스쳐 지나는 풍경들에

사계절마다 곡선과 직선을 반복하고


출발역도 -

늘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알고 오르고 내리며


도착역도 -

북적대는 인파 속에

어디를 가는지를 묻지도 않으며


두물머리 지나도 -

얼마 전 다녀왔던

운길산을 바라보며 서운한 맘 감출 길 없고


명동성당 걸어보아도 -

참회의 기도는 온 데 간데없고

관광객들만 북적거리고


청계천도 -

예전에는 비가 조금 내려도

철문을 닫던 시절에

오늘은 소낙비가 내리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의 문도 열어 놓았고


남산도 -

봄 꽃눈 날리고 필적에 드러난

너의 고운 자태에 반해

산책하던 날에 두 팔 벌리던

마음은 어딜 가고 날아갔나


어느새 녹음은 짙어

소나기에 우산 쓰고 있고

모든 게 그대로야


그래도 남는 것은 너일 뿐

예전처럼 똑같아

그렇지만 마음만은 달라

바람도 있잖아

시시 때때 찾아주는 고마운 친구


구름도 있잖아

바람 곁을 늘 붙어 다니며

바람결 따라

네 모습도 변한다지만

지나왔지만 아쉬웠고

잠시나마 짧지 않은 여정길이었어


세상사 이야기 나누는 것이

참 좋았어


근데 그거 아니

내가 돌아온 날

네가 꿈꾸던 세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작은 것을 바랐지만

세상은 내게

더 큰 것을 요구하고 바라는 것

아 그래도 괜찮아


네가 항상

곁에 있어 주어서 든든하니까

그동안 나와 함께

동고동락해주어서 정말 고마웠어

사랑한다


나의 여정과 만남들에서

만남의 끝에서 우리 다시 시작하는거야


2019.12.26 부산 해운대 일출

2019.12.27 부산 해운대에서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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