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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an 13. 2020

눈꽃은 바람이 되고

- 바람은 상고대를 만든다

눈꽃은 바람이 되고

- 바람은 상고대를 만든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눈꽃은 바람이 된다고

바람 따라

 곁을 떠나가


바람에 실려온  마음

밤하늘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피어난 그리움 하나와 만났다


추위에 떠는 나를

너는 나를 대신하여

꽁꽁 감싸주며 여매고


이른 새벽

동이 트기 전에

잠시 머물다 떠나간 네 마음이었다면

밤새 기다림에 지치지도 않았을 텐데


떠오른 햇살을 피하고

몸을 맡길 사이도 없이

너는 눈물 대신 어린 상고대로 피어난

추위에 얼어붙은 내 마음이 되었다


이후에

구름은 하늘을 가리고

내 사랑하는 나라

설국의 나라에 가보았지


그곳은 아무도 보지 못한

볼 수 없는  빛의 세상

이윽고 떠나온 빛을 다스릴 수 있어야

그곳을 들어갈 수

금남(禁男)세계가 된다


아무도 발 내딛지 못한

닫히지도 않는 

그저 새의 흔적조차 남기려 하지 않는

그곳엔 나 아닌 네가 서 있다


설원의 동산에 우연히 만난

저 멀리 외로운 소나무 한그루에

난 찬연히 빛나는

뜨거운 멱을 감다 마

햇살을 감당할  자신이 되지못한


떨어지며  떨구는 내 아래 녹아내릴

 모습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

아니다.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태양의 밝은 햇살을 뒤로한 

햇살을 가린 저 구름을 기억하고

시나마

그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너는 햇살이 떠오르기 전에 떠났어야 했다


낙화의 슬픔을 간직하기도 전에

그곳을 떠나온  발자취를

다가올 밤을 기다려야

네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는 나는

백두의 그 길을 오랫동안 걸어와야


5050.1.12  벌재~문복대~촛대봉~저수령~투구봉~싸리재 백두대간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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