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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은 바람이 되고

- 바람은 상고대를 만든다

by 갈대의 철학

눈꽃은 바람이 되고

- 바람은 상고대를 만든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눈꽃은 바람이 된다고

바람 따라

내 곁을 떠나가고


바람에 실려온 마음

밤하늘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피어난 그리움 하나와 만났다


추위에 떠는 나를

너는 나를 대신하여

꽁꽁 감싸주며 여매고


이른 새벽

동이 트기 전에

잠시 머물다 떠나간 네 마음이었다면

밤새 기다림에 지치지도 않았을 텐데


떠오른 햇살을 피하고

몸을 맡길 사이도 없이

너는 눈물 대신 어린 상고대로 피어난

추위에 얼어붙은 내 마음이 되었다


이후에

구름은 하늘을 가리고

내 사랑하는 나라

설국의 나라에 가보았지


그곳은 아무도 보지 못한

볼 수 없는 얀 빛의 세상

이윽고 떠나온 빛을 다스릴 수 있어야

그곳을 들어갈 수 있는

금남(禁男)의 세계가 된다


아무도 발 내딛지 못한

닫히지도 않는

그저 새의 흔적조차 남기려 하지 않는

그곳엔 나 아닌 네가 서 있다


설원의 동산에 우연히 만난

저 멀리 외로운 소나무 한그루에

난 찬연히 빛나는

뜨거운 멱을 감다 마는

저 햇살을 감당할 자신이 되지도 못한다


떨어지며 떨구는 내 아래 녹아내릴

모습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

아니다.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태양의 밝은 햇살을 뒤로한

햇살을 가린 저 구름을 기억하고

잠시나마

그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너는 햇살이 떠오르기 전에 떠났어야 했다


낙화의 슬픔을 간직하기도 전에

그곳을 떠나온 발자취를

다가올 밤을 기다려야

네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는 나는

백두의 그 길을 오랫동안 걸어와야 한다


5050.1.12 벌재~문복대~촛대봉~저수령~투구봉~싸리재 백두대간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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