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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an 20. 2020

가리왕산(加里旺山)(1,561.8m)

-  떠남에 후회를 남기지 말자

정선 가리왕산

가리왕산(加里旺山)(1,561.8m)

- 떠남에 후회를 남기지 말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산중에 산

가리왕산을 다녀오지 않고서

산을 올랐다고 말하지 말아라


산에 인연이 있어서

올랐다고도 말하지 말며

산에 숙명다해서

올랐다고도 말하지 말아


산이 거기 있어서

간다고도 말하지 말며

험한 준령의 산맥을 타고

왜 어려운 발걸음을 했냐고도

묻지를 말아다오


나는 네 곁에서 지극히

어린 순한 양일지는 몰라도

떠내려온 순간

이미 내 마음은 네 마음의

종착역이 아니다


산이란?

거기에 머묾이 있어서

올라왔다고 말해주어라


산은 산이로되

산이 아니길 바라며

산이 산이기에

거기에 오름이 있는 거다


묻지 말아라

 태생을

그리고

알지도 말아라

네 모든 물음표들을


그저 산은 말이 없다

너 또한 떠남이

그것을 말해주리라


누가 묻거들랑

태연하게 말해다오

내 태생은 본시


칼바람과 싸워서

이른 봄에 태어난

이름 모를

들꽃이었다고 말이다

가리왕산 정산에서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2020.1.19 장구목이~가리왕산~가리왕산자연휴양림 종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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