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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06. 2020

입춘 지나 다시 찬바람 불어오고

- 그대는 옷깃을 더 여미었네

입춘 지나 다시 찬바람 불어오고

- 그대는 옷깃을 더 여미었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입춘 지나 추위 돌아오던 날

처마지붕 위에

그리움에 지쳐 쌓여왔눈들이 떨어져

내 마음에 비수를 꽂듯

창살이 되었네


느새 해는 중천에 떠올라

하루 이틀 마다하며 거르

때론 널 뛰듯이

혹은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을 하는 것이

그대의 마음인 것을


석조 계단 위 층층이 

 있는 얼음의 마음이

그대 마음인 것을

무슨 업보를 지나 태어났기에


공든 탑을 쌓아 올려도 

비 오듯 녹아내리려는 마음을 두고

가히 하루하루를 버티고

기다린다는 것이


이렇게 불타의 마음에 

불심을 태우기에는 

나의 불력은 한 점에 불과하였네


뜨거운 물을 부어 녹아내리려

나의 마음도

얼음이 녹았다 얼었다 하는 것이

그대마음이라면


다시 반복에 거듭을 하는 마음

나의 마음에

저무는 하루를 휘감는 마음과 같다


순식간에 순간의 마음에

찬바람이 불어와

그리 뜨겁던 마음 대신

얼음이 되어 

욱더 단단해질 거라는 것을


지난겨울 이야기에 

어느새 한편에

봄을 맞이하며 마실 나갈 준비를

서두르는 마음뿐이라오


빛바랜 얼룩이 지는 자리

그대와 나와의 눈물 지난 자리에

겨울꽃이 피어나듯

서로 의지도 못한 채 쏟아부었다


모두 녹아내리라고

다시는 얼지 말라고 말이다


얼음이 점점 미끄럽게 다는 것은

해지는 서산의 마음을 기억하고

지는 마음 또한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 슬픔은

그대가 아는 내가 미련스럽고

바보스러운 행동으로 보일지라도


그대여 

이것 하나만 알아주오

반들반들하게 만들어 놓은 것은

밝은 햇살 아래에

얼음이 눈부시어 햇살에 녹아내려

반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전에 그대가

먼저 알아채리라는 것을

더 잘 보이라는 것을 나는 바랄 뿐이오


그대가 지나는 길에

한 번 더

사색함을 말하려


어쩌면 우리에게

해 뜨면 일하고

해지면 돌아오는 마음이

우연 아닌 필연으로 다가오지 않더라도

못다 한 말

말 못 할 말

무언의 그 마음

지키고 건네주려 하는 것이오


그대를 아끼며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가는 사람이 먼저 다가와

그대에게 넘어질 것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말해주어도 


그때 그대의 눈치를 채지 못한 것도

지금에서야 생각나는 것이

어리석고 우둔한

내  지난 마음을  탓할 수가 없었던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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