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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09. 2020

고구마

- 그리운만 남겨주고 떠난 사람

고구마

-그리운만 남겨주고 떠난 사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고구마는  인생

감자 필 때 떠난 사랑

고구마 캘 생각나 사람


고구마 구워 먹을 때

그 향수에 취해

잊힌 사람 생각나게 한 사랑


그 사람

그 사랑이

가을 단풍처 울긋불긋  

내 가슴에 천천히 익어갑니다


고구마는 숯 검댕이

불에 덴  마음인지

검붉은 피멍에

얼룩진  마음인지


열기가 식어가면 갈수록

고운 자태가 쭈글쭈글

망태기 사랑이 되어가도


고향의 향수에 젖어드는 마음은

늘 어머니 품속처럼 

아련히 젖어버린

마음이 되어갑니다


뜨겁게 달궈진

고구마를 바라 보노라면

맛나게 먹고 웃어주던

그  사람이 생각나고


고구마 한입 두 입 베어 물고

체한다며 천천히

낙엽 한 장 띄워주고

물 마시라 건네주던 그 사람


사랑생각나면

저절로 

눈물이 핑 돌고 맙니다


고구마 구운 냄새를 맡으면

어머니 깊은 향수에

헤어날 줄을 몰라


은은하게 퍼져오는 

코끝에 다하는

 삶의 향수를 더해가면


구수한 마음의 

향기를 느껴주고 떠나간

그 사림이 자꾸 그립고 보고 싶고

생각나게 합니다


난롯가옹기종기 모여 앉아

고구마를 굽다 보면

약간 타다 그을린

짧지만 아니한

살아온 여정의 나날들


앞에서

인생의 삶은 

항상 진행형이 되어갔지만


말랑말랑 거리고

노릇노릇하게 익어갈 때쯤이면은

마치 가을 들녘에

고개 숙인 벼 이삭을 바라보던

부모님의 마음이

인생에 절반이 되어갔습니다


그러나

고구마가  익어갈 쯤에는

마치 치마 바우에서 바라보는 마음이

저녁놀에 취중 되듯


인생 최대의 히트작인

난로에서 고구마를 꺼내어

호호 바람 불어 두 손 가득 담은 날


이리저리 뒹굴며 하나둘씩

벗겨가는 내 처녀작은

내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에 다가섬을 느껴봅니다


밤하늘 올려다보는 마음이

보름달에 그대 마음 기우듯

시나브로 멀어질라치면


내 삶의 촛불도

서서히 타오르다

차가운 밤공기에 식어버린

차갑게 내 버려진

고구마를 바라보는 마음과 같고


아련히 전해져 오는  

그 옛날

소싯적 옛 마음도 이제는

추억이 되어 잊혀가고 있습니다


2020.2.9 치악산 황골 커피 베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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