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Feb 22. 2020

산에는 꽃이 피네(대추차 사랑)

- 산에는 새가 우네


산에는 꽃이 피네(대추차 사랑)

- 산에는 새가 우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산촌 어귀 귀퉁이 다다라

인기척 없는 두메산골이라

뱃고동 소리도 울리지

첩첩산중에 피어오른 연기에

우리들 사랑의 신호탄이 울린다


그 길 따라나서면

그 길이 저길 일 때가 있고

저 길이 이 길일 때 있으면

난 서슴지 않고 헤맨 그 길을

돌아보지도 않고 곧장 앞만 보고 가리


일송정의 기백이 갸륵하다 하지 마라

곧게 뻗어 하늘 찌를 듯이

당당한 위엄의 맞수도 마다하는

삼삼오오 한치 대오의 흔들림이 없는

저 길 아닌  이 길이 아니어도 좋아라


살가운 바람에

네 몸 전부를 내어주듯 하지만

나풀나풀 살랑 살랑이며 나부끼는

다홍치마가 부끄러워할 사이도 없는

대나무 작은 숲길을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곧장 지나가리


대문 앞에 고양이 반가이 반기고

멍멍이 소리에 귀 기울일 사이도 없는

어느 소박한 카페에

아흔아홉 고개 넘어가듯 문턱을 들이칠 것이오


꽃이 피고

산에는 새가 우네

봄바람에 실려온 구름 한 조각에

사랑을 싣고 떠나오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두둥실 두리둥실

두리 두둥실


봄바람에 묶어둔 밧줄 여미지 못해

출렁거리는 작은 여울살에

가 요동을 친다

배가 산고를 치른다


배 한 몸 붙들지 못해

이리저리 흔들흔들 어지러움에

내 처지가 불쌍해

내 몰골이 중생 타령하니


붙들지 못한 마음 어이할꼬

봄바람에 붙잡지 못한

내 마음의 하소연은 누가 들어줄꼬


배 떠가네

얼른 뱃사공을 불러다오

살랑이는 봄바람에 내 몸도 맡겨 보고

노 젓는 뱃사공은 어이 가고

내 마음도 저 배 따라 따라가리


그곳에 당도하지 못하면 어찌하오

염려 마오

마음이 이미 그곳에 도착했으니

그러니 괜찮지 아니하오


늦으면 못 간다는 말 대신 건네줄

봄바람에 대신 전하고

가다 서다가 풍랑에

알랑한 자존심 대신 몸뚱이 하나 맡기면


떠나온 마음이

그리 길지도 못한 짧지 않은 인생이

여정길이 되지 않으오


어렵사리 이곳에

네가 없으면 어떡하오

따라나서는 마음일랑 잊어버리면

떠나가는 저 배에

내 마지막 영혼을 불어 줄

그대 마음이

그곳에 머물려 있지 아니하오


배 떠나가네

떠가네


대추차 위에 노니는 꽃들이여

방실 방실 웃고 

춤을 추며 함께 떠나가 보세


대추차 그윽한 향기에

네 마음을 취하랴


대추차 연잎 한 장에

고요한 적막에 네 마음을 부수랴


대추차 한 입술 적시고

불꽃같은 네 마음에 빠질세라


대추차 깊은 수심에

네 사랑에 흠뻑 적시 우랴


피어난 연꽃  하나에

내 마음 빼앗기고

빼어난 네 입술 한 모금에 

언저리 먼저 적셔볼까 하여

수저를 뱃머리하여 노를 저어가자


한참을 눈길만 주고

시간이 버틸 때까지

바라보고 그리워해야 하는 마음을

누구를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게 하는 걸까


찻잔 속에 너는

내 입술에 한 모금 실 때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꽃이 피 기전에

꽃망울이 맺힌 마음이었네


내 목젖에 넘기 울 때

간절함이 묻어 베어난

너에 대한 기다림은

팝콘 터지듯


봄에 소쩍새 울 따다 울어 지치면

다시 찾아와 주겠지

 꽃 몽우리 터지면서 피어나겠지


산에는 꽃이 피고 지고

대추차 한 잔에

우리들 사랑도 한 술에  빠져버린

어느 이름 모를 

들꽃의 사랑이야기가 되어가겠지


나는 그중에 가장 크고

가장 불그스레하고

가장 붉은 마음을 지닌

연꽃 모양과 가장 비슷한

꽃잎 하나를 입에 가져갔고


작은 꽃 돛단배

작은 연못 위에

내 마음에 꽃을 수놓듯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는 방주에

어리어 노니는 고기떼처럼

피어난 달콤한 언어의 유희들이

작은 연못가에 춤을 추고


추며 화사하게

나를 보며 웃음 짓고 있는

너를 바라볼 때마다

내 마음은 너를 처음 만난

그때의 그 기억 속으로 되돌아가겠지


갇힌 둥지에  

봄에 피어난

그 그리움의 끝에 


수저에 건져 올린 마음 하나에

기다림이 무색하게 물들인

새순이 되어 돋아날 때면

구멍 난 내 마음의 상처도 아물어가겠지


이름조차 남기지도 못해서

이름조차 불러보지도 못해

이름조차 기억하지도 못한 채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에

일찍이 피어난

네 모습에 반하고


그것도 내가 너일 때 가능할 거라면서

아름답게 피어난 이성적임을

망각해가는 순간이 되어가겠지


너는 내 입술에

꽃순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뿐더러

혹시나 행여

내 실수로 나의 입술과 맞닿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이성의

통제가 되지 않았더구나


이제부터는

나의 팔다리

그리고 나의 오감각을 너에게 준 것도

잠시 빌려준 것에

영원히 준 것도 아닌데


이제는

네 마음의 인내심에

바닥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이면

재충전하려거든 리필할 때면

이것만은 기억해다오


처음의 그 마음에 첫 화술이 건네준

너에 대한 첫 느낌에 그리움은

나를 나 거나

네가 일어서야만 할 수 있는 

기다림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말이야


2020.2.21 금대계곡 산에는 꽃이 피네 카페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2월에 눈이 내리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