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Jun 22. 2020

부부의 세계

- 不不의 마음(접시꽃 위에 놓인 마음)

부부의 세계

- 不不의 마음(접시꽃에 놓인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접시꽃 위에 놓인

당신의 마음

아닌 사람 다른 마음

같은 사랑눈사람 같은

당신 같은 사람

이 세상에 또 없을지도 모릅니다


접시꽃은 당신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당신의 고운 두 손에

평생 부드러운 손길만

스쳐 지나는 인연만아니었습니다


다가올 가을에

떨어진 낙엽 한 장의 슬픔으로

그 위에 가지런히 놓인

낙엽을 주워 담기에는

아직도 그대에게 남아있는

못다 채운 사랑만을

기억하지 않기를 바랐는지 모릅니다


그러하기에

내 삶이 주어지고 부여된

당신 마음의 인식표에 표시되지 않은

아직도 나의 사랑의 꼬리표는

마침표가 아니기를 바랐으며


되돌이표에 그려진

어느 뜨겁던 여름날에

당신의 사랑만을 갈구하고


어느 노래 가사의 절정에 다다른

노래 소절의 한 구절만을

기다리며 부르기를

진정으로 원했었는지도 모릅니다


부부의 세계

不不의 마음

접시꽃 위에 놓인 마음


당신이 오는 날 마중 나가면

언제나 접시꽃은 그댈 기다리듯

활짝 열린 마음이었지만


새롭게 꽃몽우리 터질 듯이 맺히고

지나온 사랑의  기다림은

당신과 나 사이에 남아있는 공간에

못다 담은 사랑만을 채울 공간이 아니기를

서로가 애달프게 원하고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답니다


또한 떨어져 있어도 애틋한

그리움에 잔정의 표상된 마음들을

함께 담아가도록 노력하는 결실들

기다려왔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사실은

어느 새벽 밤이슬을 맞고 내린

간절한 피어나는

어느 망초대 같은 마음의 사연이


우리들 사랑이 되어

다시 예전의 추억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돌아올 길 모를 마음 한 두 개를 놓고

기다리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사랑해요 당신

그리고 또 사랑합니다


접시꽃

2020.6.21. 용소막 성당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한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