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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23. 2020

옥수수

- 텃밭에 살리라

옥수수

- 텃밭에 살리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가 일궈낸 텃밭에

옥수수, 감자, 참깨, 상추, 고추, 쑥갓만이....

잘 자라는 게 아니었더구려


허리 숙여

하나하나 정성 들여 심은 탓에

구슬땀은 

그대의 열정이 녹아내렸고


가뭄 탓에

하늘 원망도 서렸을 뻔 한데

어느 얼굴 하나 군더더기

찌든 햇살 하나 안 보여 주니 말이오


그대가 정성 들여 일궈놓은 논밭에

오늘 새벽 동트기 전에

한쪽 밤이슬 내려앉아

풀잎에 해갈의 단비 쫓듯 목 축이고


잠시나마 아침 햇살 떠오르기 전에

밭심으로 거름이 되어주고

텃밭에 온기도 심어 주고 하니

오늘 하루 

버틸 힘이 나지 않겠소


오늘의 일기예보를 보니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더구려


그래도 그대 일궈낸 텃밭에

마음에 메어 가누지 못한 마음과

몸뚱이도 쓸데가 있는지 싶어

허리 펴며 이마에 훔친 땀방울로

먼산 하늘 한번 올려다볼 수 있었으니


그곳이 그대와 내가

만들어 가고 머물던

하늘에 마음의 창이 아니겠소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가 꿈꾸고

낙향의 마음을 두고 떠나 살아왔던

그곳을 말이


대청마루 앞마당에는

사계절 피어나는 일 년 초를 심고

뒷마당 텃밭에는

창가에 내다보이면

하늘과 맞닿은 옥수수를 심어

그대가 심어놓은 옥시기를

따는 모습을 바라 보리오


아~

이것이 진정 행복이고

그대를 사랑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아궁이에 군불 지펴놓아

따다 놓은 옥시기를

가마솥에 찌는 것은 언제나 내 몫이오


왠지 아오

시작의 사랑

그대의 마음에서 비롯되었지만


끝의 사랑

그댈 위해 

항상 남겨두는 사랑을 하리다


2020.6.21 용소막 성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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