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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30. 2020

꽃이 피어난 자리에는

- 다음 생을 위해 몸부림을 친다

치악 상원사 계곡

꽃이 피어난 자리에는

- 다음 생을 위해 몸부림을 친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꽃이 피어난 자리

다음 생을 위한 몸부림


이별의 꽃을 기억하고

다른 꽃이 피기 전에 움을 트고

아픈 마음을 뒤로한 채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하는 자리


꽃이 핀 자리

그대 사랑의 진자리


꽃이 시든 자리

그대 마음의 여울진 자리


꽃이 떨어진 자리

다음 생의 연을 위한

예고된 랑의 자리


그대

맑은 날이 아니어도 괜찮아
장마철에는

가끔은 하늘의 창을 열고

내리지 않는 비를 기다리는 것도 괜찮아


흐린 날에 기억은

슬픈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겠지만

맑은 날을 기다리는 건

내겐 혹독하리 만큼 잔인해


눈부신

저 한 줌의 햇살을 붙잡고 싶어도 참고

이겨낼 자신이 없으면

뿌리칠 용기도 없다고도 하지 말며


나의 마음에 젖어버린 영혼들까지

그들을

애써 불태우지도 말자


아직까지

나의 살갑지 않은 마음에 동요된

그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는

겁 잡을 수가 없는 격정이 요동쳐도

내면의 추한 마음만은 깨우지 말아 주세요


그러나

하늘 햇살에

눈살 찌푸리지 않아도 괜찮다면

아마도 그건

부질없는 제 욕심의 끝에 매달린

구름 한 조각에 실려 떠나는

그대의 마음 일거랍니다


비단,

허울 대던 몸짓과 눈짓으로

가위눌리듯 쫓겨난

그대 내 마음이었지만


이제 창문으로

세차게 내리지 않아도 슬퍼하지도 말고

이렇게 촉촉이 비가 내린다면

그대를 위한

마음의 창을 열어 둘 거예요 


비 한두 방울 맞으면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날까

내리는 비에 그냥

온몸을 비에 맡겨보고 

그리움도 적셔져 오는 걸까


그대와 나와의

지난날들이

지나온 마음들과 함께 깨어납니다


사랑했었던 마음도

아파했었던 마음도

모두가 사랑했기에

꽃이 핀 자리는

언제나 그대의 보금자리였습니다


상원사

2020.6.27 치악산 상원사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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