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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10. 2020

매미의 일생

- 어머니의 일생

매미의 일생
- 어머니의 일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매미는
일생에 평생
단 한번 운다

수년의 세월을 간직한 채
땅속의 뿌리와
다가올 세상과 영혼을 교감하고

단 한 달의 생존을 위해 일주일을
그렇게 처절하게 울부짖고
울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로 태어난 너

이듬해 여름이 다가오기 전
대지가 녹고
꺼진 땅이 솟아오를 때
너는 대지의 마음과 한 몸이 되어

탈피를 시작하였다

나의 어머니
긴긴 칠흑 같은 기나긴 열 달 밤길을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천지신명께
삼신할미께 정화수 떠다 놓아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
모두를 받고 태어나게 하셨나니

그 마음은 하늘의 기운에
대지의 영혼을 불어넣어 주고
세상에 다리를 이어주셨다

매미야
너의 울부짖는 소리에
나무에 이슬 맺히듯
한 생명을 잉태하여

너는 죽고
나는 태어나니

우리의 생과사는
어쩌면
너의 일생을 닮아갔을
나의 일생에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는지 모른다

나의 어머니는
너와 이별보다
더 처량하게 더 구슬 피게
이별을 고했다

마치 갓난아이가
배고파 젖 달라하는 것보다
더 처절하게
들을 수가 없었지

그게 네가
한 몸으로 태어나
마지막 생을 울부짖을 때

나는
한 몸으로 삶을 연명하게 되었다

매미의 일생은
어머니의 일생

그리고 나는
하늘을 울부짖으며
대지를 포효하는
한 나무로 다시 태어났다


2020.8.10 배재학당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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