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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18. 2020

갈대

- 겸가蒹葭

갈대
- 겸가蒹葭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갈대야 갈대야
논밭에  앉지 마라

논에는 벼를 심고
밭에는 감자, 옥수수를 심으니

논밭에 앉으면
갈대는
물이 없어 메말라 간단다

갈대야 갈대야
산에 산에 앉지 마라

그곳은
잃어버린 꿈의 낙원
미지의 세계
새들의 고향

이곳에 드리우면
네가 그립고 떠날 곳이지만
머물 곳이 아니란다

산에 산에 피는 꽃과
산에 산에 지는 꽃이 달라
그래도 나는
산에 피는 꽃을 사랑하지만

갈대가 사랑한 꽃은
산에는 피고 지고 하지를 않네

냇가에 흩트려지지 않게 피어나는
어느  이름 모를 알듯한 너

꽃 한송 와  함께  피어나며
갈대꽃이 피어나면
나는 그 꽃을 좋아하고 사랑했네

갈대야 갈대야
억새밭에  앉지 마라

억새 밭에 노니는 곳은
민둥산에 억새요

갈대밭에 춤추는 곳은
순천만에 갈대요

 냇가에 시냇물이 흐르고
 냇가에는 계곡물이 흐르는
대청마루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깃발이 되어라

갈대의 울부짖어대는
몸짓은 처량하다

제 살을 비벼대며
살갗이 에이고 벗겨져야
네 처 절타 못한 울음도 그친다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곡을 타고 강 따라 흘러갈 수밖에 없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 태어난 너

바닷가 만조 때 불어오고
그 바람 따라 흘러온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마음은
마지막 바람이 불어주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갈대는 쓰러질 지언 정
부러지지 않는다

갈대는 누워 있을지언정
쓰러지지 않는다

갈대는
어떠한 환경 속에도
꺾이지를 않는다

나는 갈대
너는 억새

그래서 우리는
산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사연이 되어가지만

들녘에  바람이 불어오고
산에 바람이 불어오면

그때서야
갈대의 마음은
네 마음을 이해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2020.8.16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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