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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19. 2020

제행무상

- 칠봉산(칠봉유원지)

제행무상
- 칠봉산(칠봉유원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섬강길 굽이돌아
도착한 이곳에
다시 돌아 돌아 서다 보니

관동별곡 부르는
정철은 어딜 가고


기운만이 서려있는
지나온 객의
기억만을 회상하게 하는구나

산천은 그대로인데
인적이 드문 이곳에
제철에 메뚜기도 한철 인양하여

여름 나기에 급급한
물놀이 삼매경에 빠져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동심을 떠난
부모님의 가벼운 미소들

나도 너도 따라가네
너도 나도 떠나왔네

세속에 묻은 때를 씻기어
나 다시 찾아왔네

떠나올 때는
이 마음이 아니었어

그저 굽이치는 계곡 길에
혹시나 하는
지난 여린 마음에


한 숟가락에
묻어난 밥풀떼기들에
피어난 군더더기 사랑들

옛 지난 마음이
이제야 남아 있을까 하여
소싯적 마음을
남겨두고 떠나왔었지만

옛 호랑이
지나가던 이 길에

떠나온 두발은
옛 자취에 엄포를 놨던
그 길 따라나서는 마음이었고

더욱이 이곳이
동지섣달에 다시 찾아온
옛 마음이 되어갔던 것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그날의 들녘을 뛰놀던
빼앗긴 마음의
숭고한 넋을 위로함이거니와

칠봉 계곡 길 접어들었을 때
내 마음 스쳐 지나간
마음은 이미

문바위봉에서
호랑이 나타날까 바라본
매의 눈이 되어갔네

살아생전에
다시 못 볼까
아쉬움만 서리는

발길 멈추게 하는
이곳이
바로 해미 칠봉이라 부르리

빼어난 삼수갑산에
첩첩산중 골짜기에서
흘러 흘러 내려온 물줄기에

발을 담그고
마음도 적셔보니
때아닌 이곳에

봉학의 힘찬 나래짓에
떠올라 가는 구름 한 점에
신선의 마음을 두었더니

이 한 마음
이 한 몸에 찬서리 내리듯

시원한 세찬 물줄기 세래에
또 한 번 이곳이
깊고 깊은

호랑이 소굴이었더라

깊은 계곡
산자락에 피어난
물안개에 그대 마음 둘 곳은
어딜 가도 둘 곳이 없으니

이제야 저제사
마냥 바리바리 싸들고
떠나온 이 여정길에

그저 이 대 자연과
호흡하고 숨 쉴 수 있는
너를 찾아왔다는 것에


관서별곡 노랫말에
한번 불러보는 마음이
그대 마음이어야 했더구나


소군산 폭포
섬강

2020.8.16  칠봉유원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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