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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20. 2020

가을을 말하기엔

- 이 여름은 너무 길어

제주 레일바이크

가을을 말하기엔
- 이 여름은 너무 길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다가올 가을을 말하기엔
아직도 이 여름은

나에게 있어 그대에게서
멀어지지 말라
떨어지지 말라 한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던
향수 짙은 전어 생각에

지나가는
나의 뜨겁던 여름날도

가을이 오기 전에
못다 한 사랑의
이야기 꽃을 피우기에 분주하고

이 여름 지나
다가올 가을을 말하기엔

나의 서투른 사랑은
아직도 충분히 사랑할 여력이
내겐 남아있다

가을이라 부르기엔
이 여름의 갈증 해소에
아직 못다 풀은
나와 그대의 삶의 방정식

떠나오고
떠나가고

한때의 사랑  
격정의 세월의 노예선이었다

불멸 같은 사랑
영원히 지키지 못할 언약식이었다

나의 해갈의 해법에
그대가 있어
좀처럼 완성되지 않는

너와 나의
미완성이 될
마지막 퇴고의 무대에선
그대와 나는 주인공이 된다

그래서 나의
목젖은 늘 차갑다

가을을 둘러보기엔
때 이른 마음에 가졌던
아직도 그대와 나는
성충이도 못된다

가을이라 다가올 가을은
일찌감치 내게 손짓하며
다가가 달라고 하지만

가을이라 가을바람 불어오면
아직도 여린 내 마음에
여름 나기 연습에 가을 마중 뒷전이고

아직도 여물지 못한 네 마음에
다가선 가을을
놓치지 말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무한궤도 위를 달리는 기차와 같다

그대
지난여름에 못다 이룬
작은 소원 하나 있어

나는
아직도 그대와 꿈꾸며
지난여름을 이야기하고 있다


2020.8.20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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