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얘기해 보렴
- 여름 나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밤송이가 지붕 위에
똑 또르르르 똑 또르르르
툭 굴러 떨어지더니
여름이 떨어져 가고 있다고
계절이 여물어가고 있다고
그 긴
여름 나기 연습이 끝났다고
말을 안 해도 될 성싶다고
네 몸짓으로 전해달라고 하네
대추 나뭇가지에 사랑이 걸렸으니
주렁주렁 깨알 처럼 매달린 것이
네 사랑이라고
땅이 꺼질 듯이 내려앉았다고 말하고
사랑의 수확은
가을이 가을 하는 것이
진정 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려 하네
그 해 여름날 더위에 지쳐
내 어깨에
더 짓눌러버린 마음들이
축 쳐지듯 하니
가을이 왔다고 말하려 하면
내 마음의 양식보다
네 배가 부르니
단추가 툭 툭 툭
봇물 터지듯
떨어져 나가도
어느새 그대는
가을을 마중 나가도 좋다고
내게 말해주려고 하네
2020.8.25 둔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