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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29. 2020

이 가을은 사랑하기에 너무 짧아

- 사랑한다면 단풍이 아니어도 괜찮아

이 가을은 사랑하기에 너무 짧아

- 사랑한다면 단풍이 아니어도 괜찮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사랑한다면 단풍처럼

그리 붉지 않아도 괜찮아


사랑할수록 노을처럼

그리 붉게

불타오르지 않아도 괜찮아


사랑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늪처럼

그렇게 헤어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


우린 사랑하기에

이미 강을 건너왔고

그 강을 지키는 파수꾼


저 강물 따라 떠나온

나는 단풍 돛단배


그대는

그 배에 실려가는

떠나온 한 마리 작은 단풍 새


이처럼

이 가을을 사랑하기엔

우린 너무 일찍 사랑을 했고


이 가을엔

못다 한 사랑을 이루기엔

우린 너무 지쳐서 포기한 사랑


이 가을을 사랑하기에

너무 가깝게 다가온 만추에


한가닥 작은 불씨라도

건져볼 의향에

희망이라도 걸어도 좋을 나이


세월이

마음과 함께 먹어가듯

해마다 단풍은


나에겐 깊어가는 이 가을이

그리 짧지도

그리 길지도 않은


사랑한다면

단풍이 아니어도 괜찮을 나이


단풍 같은 사랑에

단풍 같이 찾아올 사람을 원해



   [단풍 배와 단풍 새]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단풍 새야 단풍 새는

작은 단풍 배를 탔네


단풍 배가 지나가면

흘러가는

저 강물도 붉게 물들이고


강 건너 사람들

불귀경 하듯 불타 오르는 배는


어느새 홀연히

안갯속으로 사라지고 마네


2020.10.29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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