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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22. 2020

가을비

- 떨어지는 미학

가을비

- 떨어지는 미학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비 내리는

젖어드는 마음이

이슬처럼 소리 없이 내려오면은


촉촉이 적셔오는 가을비에

기다림에 묻어난 


아직까지 피어있는

어느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잎의 마음을 기억하렵니다


가을비에 떨어져

쓸쓸히 빗물에 씻기어 떠나가는

흘러가는 옛사랑이 되어주고

우산을 받쳐주었던 옛마음을 말이에요


이제는 더 이상

차라리 뒷모습을 돌아보지 않고

소낙비 되어 준 이 가을을 

떠나보내 주기로 하였습니다


정 하나 남기고

미움 하나 떠나보내면

미련 하나 건졌다고

사랑 하나 떠나보낼 수가 있나요


털털털 툴툴툴 털어서

내게 남은

마지막 자존감마저 무너뜨려야


낙엽 떨어지듯 떨구어지는

떨어지는 미학의

그리움을 말하려 할 수가 있나요


점점 깊어가는 이 가을 녘에

눈이 하염없이

내릴 것만 같은 가을밤에


가을비가 주는 정감이

이렇게 다가설 줄은

예전에 꿈에도 미처 몰랐습니다


대지는 

비를 머금게 하여

나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를 만들고


대 자연은 

햇빛을 받으며 살아가야만 한다고

나에게  스스로

울부짖는 방법을 터득케 합니다


못 미더운 사랑 앞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마음이 또한

남아있는 사랑이 되어가다 보니


때로는 

이래도 저래도 살 것 같으니

위로한다 말하지 말아 달라 

하늘을 우러러 곡소리 내어 보았습니다


그 사람에게 있어 

인생의 담보는

나에게 저당 잡힌

삶의 일부분의 짐일 뿐이었다면서


그것 하나만이면 된다고

지켜낼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 주는 것만이라도

다행스럽고 만족한다 하더이다


그러면 아마도

다시 계절이 돌아오는 길목에 서면

만날 그리움이 안되어도

만추 지나

매서운 겨울이 오는 길목엔


우리 따뜻한 봄날이 있다는

미래를 기억하고

그 순간들을 잊어가기로 해요


그리고 나는

퇴색되어 가는 이가을을

더욱 재촉하며


마지막까지 바람에 흔들려도

떨어지지 않는 낙엽을 위해

찬바람 이는

오늘을 위해 기도를 하렵니다


그래도

흔들릴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떠날 수 있다면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묻지도 말아주세요


그때는 이렇게 말하렵니다


태어나

세월 따라 찾아온 것뿐이라면서

내게 가지고 갈 것이라곤


아직까지

걸어갈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와


바람의 마음을 

함께하며 떠날 수 있는

튼튼한 심장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해 줄 수 있다고 말이에요

2020.11.21 행구 치악자락 일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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