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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13. 2021

강릉 가는 길

- 대관령

강릉 가는 길

- 대관령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대관령길 굽이굽이 넘나드는

꼬부랑 옛 길을 돌아서 가면

세월에 익숙한 탓인가

지난 옛길이 이곳이련가 하더라


신선들이 노니는 선자령에

지나던 구름도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쉬어 가지 못하고


바람 잘날 없었 백두령에

옛 지나온 성흔의 발자취를

기억하게 하게 하는 것은


오로지 뿌리 깊은 백두의 영령만이

이곳을 지키며 지나는

수문장이 되련가 하노라


이제야

아흔아홉 고개 지나서 내려오니

언제인가 싶어 뒤돌아선 하늘에

다시 구름이 멈추고


백두대간 깃발 아래 놓인 곳곳에

표주박이 주렁주렁 매달아 놓인

그날에 천둥 지하 소리에

백두의 영혼을 깨우니


이곳이 마치

지하의 축령 문에 들어

아귀들이 들끓는

아수라의 손도 미치지 못하더라


강릉 넘어가는 길은

울퉁불퉁 모난 마음

털털털 툴툴툴 털어버리는 


강릉 넘어오는 길은

아득히 먼바다  뱃길에 비춰오는

하얀 등대만이

오로지 길손 인양 만발 치서

손짓하며 잘 가라 인사하는 길이라네


2021.2.12 경포 호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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