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키 큰 나무야

- 전봇대를 올려다보아라

나무야 키 큰 나무야

- 전봇대를 올려다보아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무야 키 큰 나무야

전봇대보다 더 크게 자라지 마라

나보다 더 크면 너는 좋겠다마는

질투하는 이들이 많아

곧 너 형세는 불어오는 바람에

언제 쓰러질지 모를  풍전등화에

가시 방석 위에 놓이더구나

차라리 이리저리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나부끼는

큰 나무 아래에는 바람 잘날 없으니

큰 바람 지나면 작은 바람에

흔들려 살아있는 마음도 가져보고

대나무의 대쪽 같은 마음보다

이리저리 모진 세찬 풍파의 바람에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을

요행 아닌 다행으로 쓰다 보듬는 

삶을 살아가 보기도 하자꾸나

어쩌면 거친 비바람에 견디어 낸

바람의 방향에 따라

네 삶의 방향이 바뀌어 뻗어가는

네 팔다리의 나뭇가지가

더 큰 용기와 희망과 도전을

안겨줄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야 

전봇대보다 더 큰 나무가

왜 너를 바라보지 않고

함께 공존해 가는 이유에 대한

나를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2021.8.15 시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