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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19. 2021

가을이 매달렸다

- 여름의 마음

가을이 매달렸다

- 여름의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여름이 매달렸다

거미줄에 떨어지는 낙엽을

한가닥 햇살에

의지한 채 피어나는 꽃처럼


네 간절함은

더디간 여름을

이 연약한 대롱대롱 매달린

거미줄에 낙엽을 떨어뜨리지 못하게 한다


보아라

이 얼마나 절함인가


네 마음은 이미 지난봄

여름을 달고 왔기에

더 이상은 나의 마음에 매달릴 수 없다


곧 나는

가을의 찰나에

매달린 낙엽 나에

떨어지는 미학을 찾는다


기어이 여름은 떨어지고

가을은 불어오는 바람에 사뭇

그리움을 안고 떨어질 것이다


거미줄 사이사이로 스쳐 지나는 바람에

네 모습은 봄 햇살에 녹아 사라지는

그 해  얼어붙어 숨 쉬지 못한

애간장이 묻어난 태동의 마음이 된다


떨어질 듯이 말듯이

낙엽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네 마음이 흔들린다


떨어질 것인가

말 것인가

이것은 네 몫이 아니다


2021.8.19 치악 동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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