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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17. 2017

사연事緣

-  고구마 인생

사연事緣

- 고구마 인생


                                            시. 갈대의 철학[哲學]


사랑을 많이 주면

받는 이의 마음도 가득할 테고


사랑을 적게 주면

받는 이의 마음도 적게 될 테고


우정을 돈독히 하면

어려울 때 금이 가지 않을 테고


우정이 넉넉지 않으면 

아주 작은

사사로운 감정에도 치우쳐

쉽게 상처를 받지 않을 테지


고구마는

뿌리도 없이

지 몸뚱이가 뿌리이자 몸통이며

한 몸이다


시골에서 큰 거 하나 캐어

몇 날 며칠을

요리조리 해 먹을까 궁리하다

오랜 세월을 곁에 두고

관망인지 관상용인지  바라만 보았다


어느 날 고구마튀김을 해 먹으려고

몸뚱이의 일부이자 밑바닥을

먹을 수 있도록 얇게 썰었다


더 이상 썰지를 않고

생각을 궁리하다

입으로 가져가 아삭아삭 깨물어 먹었다


그 이후로

잘린 고구마 밑을  접시에 담아

물을 주기 시작하였다


마른 장작이 불에 더 잘 붙고 잘 타는 것일까

수분하나 없고 물기 하나 없는 고구마 인생

큰 변화가 일기 시작하여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싹둑 썰어 말라서

수분이라고는 별로 없는데

물을 많이 주면 주는 대로 더 자라고

물을 적게 주면 적게 주는 대로 자란다

이렇게 길들여 가는 것일까


한낱 말 못 하는 미생(未生)

가진 것 없는 완생(完生)이지만

어찌 이리 우아할 수 있을까


사람과 동물의 이치도 늘 그렇다

밥을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 변을 많이

밥을 적게 먹으면 적게 먹은 대로 적게 생활한다

이것이 큰 것과 작은 것에 차이



여정길이 길면

그만큼 경험도 많을 거야


경험이 많으면

그만큼 사연도 길거야


사연이 길면

그만큼 할 말이 많을 거야


할 말이 많으면

그만큼 쓸 내용이 많을 거야


쓸 내용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인생이 보일 거야


마치 죽어가듯 한

고구마 인생처럼

우리들 삶도

그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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