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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22. 2018

꽃 한 송이

- 쓰레기 덤에서 피어난 꽃

꽃 한 송이

- 쓰레기 덤에서 피어난 꽃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 태어날 때 이랬어

어느 산속 깊은 외딴가

앞에는 졸졸졸 시냇물 흐르고

뒤에는 깎아지를 듯한
거대한 곰 같은
산 몸집이 사방에 에워싸고

화전민 일궈낸 황무지 텃밭을 가꾸며

이름도 모를 씨앗을 뿌렸지


봄에 파종을 시작하여
새싹이 돋고

여름 내내 더욱 무르익어

꽃대가 올라오고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을 보니
너는 여름꽃인가 싶더니

그해 가을이 가도 열매를 맺지 않았어


꽃 한 송이가 필 때는 이랬어

비가 내리고

해님도 봐야햐고

사랑도 받아야 하고  
이별 나기 연습도 해야 했으며

바람이 불어주어
날아갈 준비도 해야 했어


 같은 사랑을 원했고

여름 같은 사랑에

가을 같은 사랑이 아닌

겨울만 기다려도 아니 된다는 사랑을


쓰레기 더미 속에
 한 송이가 피었다

무슨 꽃이 피어나길래

이리도 찬연히 부산스럽게
피고 지고를 반복하였는지


나는 다가올 그 꽃을

참을성을 기다려야만 볼 수 있
인화(花)라 일컫고

그 꽃을 설화(雪花)라 부르며

그 눈물을 상고대(霜高帶)라 부르리



2018.9.22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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