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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13. 2021

- 아이야 워낭소리 울린다

- 아이야 워낭소리 울린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어라 꼴 베어라

아이야 꼴 베러 가자

풀숲 사이로 딴청 피우며 숨지 말고

음메  음메 워워  워워

우리 아기 송아지

딸랑딸랑 바람도 종소리 울려

워낭 소리가 죽 끓여달라 애원한다


꼴을 뽑지 마라  을 뜯어라

논두렁 농약치

다시 자란 꼴은 베지 말고

그들은 억수로 지 목숨보다 질겨오니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하느니라

그냥 버선 발치 재껴놓아야 하느니라

그렇지 아니하면

자네 손만  힘이 들고 아플 테야

온몸 사시 떨듯이 쑤시고 아파온다


아이야 꼴 베러 가자 꼴 밭에 앉지 마라

그 자리는 송아지 누운 자리

다음날 이리저리 헤매어도

마른자리 찾지 않아도 되는 자리

아이야 꼴 그만 베어라 그만 뜯어라

우리 송아지 낮에 뜯어먹을 것이 없다네


그래도 나는 뜯으러 가네

송아지 쇠죽 쒀주고

남는 풀은 이웃집 송아지 주랴


뜯은 자리 진자리

꼴을 베어난 자리 른자리

꼴을 뽑은 자리에 다시 풀이 자란다

다시 그 자리에 새롭게

새살 솟듯 다음 생이 기약됨을 알리네


2021.8.18  치악산 치마바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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