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와 도토리

- 도토리 인생과 숲의 인생

by 갈대의 철학

다람쥐와 도토리

- 도토리 인생과 숲의 인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우리네 인생은

도토리 인생


다람쥐 가을 소풍 가는 날

나는 나는

가을 하늘 마중하던 날


다람쥐 도토리 줍고

울긋불긋 양 볼살에

도토리 하나 가득 입에 물고

욕심도 많아라 벙거지 풍선 되어

푸른 가을 하늘 위를 날아오르려 해


다람쥐야 다람쥐야

도토리 다람쥐야


네 체격이 붓다 손 한 뼘인데

이렇게 많은 도토리를

언제 다 먹을 수 있겠니

이러다 썩어서 벌레들의 잔치가 될라


다람쥐는 개미 인생길

우리네 인생길과 별반 없네


다람쥐 도토리 키재기

누가 누가 더 빨리 도토리 깔까나

그 작은 세계가 무암의 세계를

넘나 드나 다시 찾을 길 없네


땅굴 파고 겨울나기 연습 없이

이 굴 저 굴

이쪽저쪽

이정표 남김없이 욕심도 많아라


네 일용할 겨울 양식인데

천방지축 땅속 여기저기 숨겨놓으면

어떻게 찾으려고 하니

찾지 못하면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내려 할까


이듬해 따뜻한 봄날에 피어날 때면

가을날 겨울나기를 위해

숨겨놓아 못다 찾은 도토리 인생

둥지 떠난 자리엔

이듬해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면


하나둘씩 도토리나무가 피어나니

그 자리가 네 지는 자리가 되네


너도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대초의 마음을 두었던

옛 지난 이곳에 다시 올 때쯤이면


워낙 많이 이곳저곳

겨울나기 땅속 어딘가에 모아둔

네 자리에는 어김없이 세월 지나

도토리에 싹이 나와

다시 숲이 형성되겠지


네 지난 그리움이 묻어둔

기다림의 언덕에선

이른 봄날에

그해 가을날 널 위로하듯

수북이 쌓인 낙엽 위에 하나둘씩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따뜻한 양지 녘엔

새벽이슬 머금고 돋아난 새싹은

그렇게 길고 긴

겨울나기 연습에 끝이 나고


네 지난 여운 살에 실려 떠나온

포동 포동한 네 양 볼살의 추억은

다시 맞이한

영춘 입술 언저리에 불어온 입김이 되어


아직도 어느 다람쥐의 도토리 마음은

갈 곳 잃은 나 인생의 미로와 같이

찾지 못한 아쉬움만 뒤로한

너를 기억하고 다음 생을 기약하게 되겠지


너는 네가 묻어둔

도토리가 숲이 될 테고


나는 그 숲에 살아 숨 쉬는

널 위로하듯 매일 그 숲길을 걸어갈 테야


2021.9.5 횡성 호수길 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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