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걷다

- 성곽을 걷다

by 갈대의 철학
치악산 영원사 계곡

가을을 걷다

- 성곽을 걷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가을을 함께 걸어 보아요

한 번 지나간 계절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또다시 못 올 것 같은

길이라 여겨


그럼 난 그대에게

떠나온 이 길의 시작점에서

묻고 싶어요


그대에게

사랑의 출발선은

어디서부터 시작인가요


그대와 함께

영원산성 오르는 길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한 점에

우리의 사랑의 마음을 심어 보아요


우리가 예전에 걸었던

덕수궁 돌담길 사랑은

누군가의 사랑을

기웃거리며 훔쳐보는 사랑


영원사 영원산성 가는 길은

험준한 산맥 비탈길에

성곽길 오르다 우리 사랑

아리랑 고개되어 쉬어가는 사랑


그대 우리

성곽 길을 함께 걸어보아요

영원산성 돌담길에 높은 성벽만큼

어느 외세 침략에도

무너지지 않는 굳건하고 튼튼한 사랑


성곽 좁은 길 따라 걷다 보면

저 멀리서

마지막 불어오는

여름 덧댄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슬피 우는 휘파람새에


점점 깊어가는 애석한 늦여름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네 마음이라고 불러주지 말아요


구슬피 울어마지 않는 사랑에

저 멀리 봄에서 떠나와

여름 지나 철 지나 다시 떠나는

나그네 발길 되어 둥지 찾아 떠나가는

그대의 삶에 떠나갈 여정이기에


어느 가을을 너무 슬퍼하기에

네 울음은

영원사 풍경소리에 묻혀

낙엽처럼 떨어지며

퇴색되어 가는 마음이 되어 갑니다


다음 생을 위한

기다림의 변주곡이 되어가고

영원사 깊은 계곡 물소리에 묻히며

잊혀가는 사랑을 떠나보내게 하는


이 여름의 마지막이 되어줄 사랑이

그대 나 아니기를

진정 바랬었는지도 몰라요


늦깎이 여름 바람이 불어 주길를

어쩌면 휘파람새의 마지막 곡조가

노래로 불러주기를 기대하지 않기를

진정 바랬었는지도 몰라요


깊어가는 가을 녘에

성곽 저 멀리서

내다보이는 지평선 끝자락이

우리가 함께 출발한

사랑의 출발선들이 그대를 대신하고


이곳에 다시 와서 서면

옛 지난 마음은

견고한 성곽에 둘러싸여

우리의 사랑은 스펀지 사랑

우리 함께 서로

나눠보는 사랑이 되기로 해요


이 시간들은 다시 오지 않는 사랑

영원한 사랑

영원히 머무는 시간이 될 거예요


이곳에 머물면

어떠한 사랑도

성곽에 둘러싸인 사랑에

시 공간을 초월한 사랑이 되어갑니다


그대여

우리의 서로의 상처된 사랑의 치유는

성곽을 에워싼 지나 온 마음도

너무 차디차게 다가올 무렵쯤이면


다가올 사랑은

하얗게 눈 덮인 한겨울을 기다리며

우뚝 솟은 치악의 남대봉이

그대 처마가 되어줄 거예요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를 말아요

올라오는 고갯길마다

숨이 턱까지 차며 오를 때마다

내 지나온

회한의 청춘이 그리울 뿐이니까요


아득히 멀리 바라보이는

하늘과 맞닿은 이곳에서

우리의 마지막 사랑의 종착지가

되어가길 희망할 때면


어느새 지나는

구름에 떠도는 마음을 맡겨

떠나가고 떠나오는

예정된 마음 한 두 개를

무너진 성곽 돌무덤 사이에 묻어두고

천년의 사랑을 기다리렵니다


그럼 난 그대에게

다시 떠나온 이 길이

훗날에 다시

그대와 다시 성곽길을 걷게 되면


그 길이 만나는 성곽의 끝자락에서

무너진 돌무더기가

우리의 사랑이 묻히고 쌓아온

사랑이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짙어가는 가을의 마음이 물씬 풍긴

그대와 함께

추억이 묻어난

성곽길에 다시 오르면


예전에 오랫동안 성곽 돌무더기에

쌓아 묻어둔 돌들을 하나씩 들쳐보며

그날에 불어왔던 바람과

그날에 불어주었던 휘파람새의 노래가


무너진 성곽의 못다 이룬 꿈을

성곽 둘레길을 잇는 우리의 만남에

신호탄이 되고


천년을 이어온 사랑의 다리가 되어

이 가을을 더욱 고뇌이게 하고

사랑의 의미는

더욱 퇴색되게 하렵니다


2021.9.12 치악산 영원사 영원산성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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