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
낙엽 2
-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
시. 갈대의 철학
나무도
살겠다고
제 몸을 불태워
낙엽도
흔들어 떨어지게 하는데
해마다 찾아오는
긴 겨우내
엄동설한을
지 몸뚱이 하나
못 챙길 거라 걱정하여
온몸을 붉게 물들이고
곱디 고운
겨울 동장군에
긴 입맞춤을 하고
사그라지게 하는데
나는
무엇을 태워 없애야 하는지
정열도 남지 않았고
열정은 이미 식어
오랜 숙변이 되어
고약한 냄새로
퇴적된 거름도 안되고
사랑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오고 따라가기만 하지만
제자리에 머무는 격이 없고
내게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자존심이라는
오기만이라도 불살라야 하는지
이제는 겨울이 다가와도
네 곁에 머물고 남아있지 않은
사랑도
그리움도
기다림도 떠나가고
고독과 외로움만 남을 것인지
해 매다 찾아오는
이 겨울 채비를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는
그것으로 대신
채우기에는
이미 지난겨울의
앙상한 전라 된 고사목처럼
누구 하나 걸쳐주지 않고
불사르다 마는
모든 것을 다 태우기 전에
떨어지는 낙엽도 없는
이 몸은 누구를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쳐야 할까요
만추가 다가오는
어느 10월 마지막 날에
찬바람이 몹시 불어올 때쯤
다른 나무들의
낙엽들과 마찬가지로
제 살갗을 비비며
울어 지치는 가을이 다가오는 것이
내가 그토록 바라며 기다려온
이 늦가을의 정취가 아니랍니다
부딪히며 아파하는 것보다
부족하며 모자란 듯이 하며
익숙하여도 익숙히 않게 살고
성숙되더라도 덜 성숙되어가며
완성의 다리가 아닌 미완성의 다리로
건너보는 것이
어쩌면 제가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지요
찬바람 불어 몸부림치는
이 가을의
깊은 속내와 연정이
숨어 있을지라도
이 가을의 끝자락을
그냥 나부끼지 않으렵니다
떨어지는 가을 낙엽 속을
걸어가야만 하는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지만
이 가을을 위해
다가오는 겨울채비에
낙엽이 떨어지고
점점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쌓여만 가더라도
누구를 기다리고
누구를 아파워해야 하는지는
아직까지 내겐
이 찬바람이
멀게만 느껴지며
다가올수록 깊이 가슴속 스며들듯
물밑 듯이 다가가고 오는 것이
과연 내가
이 가을에 바라는
마지막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이유일 수도 있답니다